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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적게 쓰면 캐시백…정부,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편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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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한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편에 적극 나선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무역적자 해소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소비 비중 높은 산업계 절약 유도

2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달 삼성전자·포스코·SK하이닉스 등 에너지 다소비 30대 기업과 '에너지 효율 혁신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해당 협약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 효율 혁신 목표를 세우고 산업 현장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기업들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협력업체 지원보증,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산업계가 에너지 소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에너지 절약 동참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전력 소비량의 약 55%는 산업용이었고 이 중 60% 이상은 30대 기업 사업장에서 사용했다.

지난 2~3월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 약 1800개를 대상으로 시행된 '도시가스 수요 절감 프로그램'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일정량 이상의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면 캐시백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난방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오는 12월부터는 전국의 가정용 도시가스 사용자 1600만 가구로 대상을 확대한다.

산업부는 공공기관에도 동절기 에너지 절감 목표 및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공공기관의 올겨울 적정 실내 온도를 18도에서 17도로 1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관광지·공공건물의 외부 조명을 조기 소등하는 방안과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논의 중이다.



▶한전·가스공사 적자…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까지

정부가 이처럼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편에 노력하는 것은 올겨울 에너지 대란 우려뿐 아니라 전기·가스요금의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정용뿐만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 등에 대한 가격 조정을 단행하면 과소비가 줄어드는 등 전력시장에 유의미한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고물가로 국민 시름이 깊은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까지 인상하면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가스의 연료비 인상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고 있어 한전과 가스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산업부는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는데, 일반 국민 부담을 기업으로 일부 돌리려는 것인 만큼 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며 무역적자 규모가 커진 것도 다소비 구조 개편에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금액은 1252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89억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역적자(251억달러)의 2배를 넘겼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281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6년 206억달러 적자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133억달러 적자를 뛰어넘는 수치다.



▶에너지 소비 감축에 발 빠르게 나선 유럽

특히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발 빠르게 각종 대책을 마련하며 에너지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부와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조명은 오후 11시4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꺼진다. 기존에 오전 1시까지 켜둔 것에서 1시간15분 단축한 것이다. 에펠탑 외 공공건물 조명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끈다. 루이비통 매장도 야간에 불을 끄며 까르푸 매장은 조도를 30% 낮춘다.

독일은 공공건물 난방 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건물의 복도와 로비, 입구 등에 난방을 금지한다. 공공건물, 체육관, 야외수영장 등의 온수 사용 역시 금지한다. 미관을 이유로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에 불을 켜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스위스는 가스 배급제를 검토 중이다. 이를 시행할 경우 건물의 난방온도는 19도, 온수는 60도 이하로 제한되며 사우나와 수영장 등에서 온수 사용이 불가능하다.

스페인은 겨울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하고 냉난방 시설이 있는 모든 건물에 자동문 닫힘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야외 경기장의 점등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