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5회말, 만루홈런을 친 이진영은 "최근 타격감이 많이 안 좋아 기술적인 것보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어제 경기 종료 후)특타를 했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1점차로 쫓기는 위기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렸다. 전날(3일) 3안타 무안타 부진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물러나고, 최원호 감독이 5월 12일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후 달라진 점이 있다. '특타' 부활이다.
요즘 대전야구장 홈 경기가 끝나면, 그라운드에서 타격훈련이 진행된다. 시즌 중에 피로가 쌓인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다. 출전 기회가 적은 비주전급 선수들의 타격감 유지를 위한 훈련이다.
홈 경기뿐만 아니라, 원정 때도 특타가 있다. 최원호 감독은 "이동일을 빼고 다른 날은 특타를 진행하려고 한다. 운동량이 적은 선수들은 연습이 필요하다. 타격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수비훈련도 한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특타에 회의적이었다. 팀이 최악의 부진에 빠졌을 때도, 통상적인 훈련만 진행했다. "단기적인 훈련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강조했다. 특타를 효과를 보기 어려운 단기처방 정도로 생각했다.
선수나 팀이나 부진이 이어지면 부담이 쌓이고, 불안이 커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자연스럽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력이 약한 팀은 사정이 다르다. 선수가 알아서 극복하길 기다린다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특타가 설사 당장 효과를 못 낸다고 해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물론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일정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원호 감독은 "주전급 선수도 실내 훈련장에서 타격연습을 하고 귀가하는 경우가 있다. 비주전급 선수뿐만 아니라, 추가 훈련을 원하는 주전급 선수들에게 훈련의 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화의 비주전급 선수들은 지난 창원 원정 때 마산 용마고에서 특타를 했다. 이번 주중 잠실 원정 두산 베어스전 땐 배명고에서 특타를 한다.
6월 6일 현재 팀 타율 2할3푼1리. 여전히 10개팀 중 꼴찌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2할2푼대 초반에서 2할3푼대로 올라왔다. 시즌 초반부터 바닥을 맴돌았던 타격이 최근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다.
지난 주부터 7경기에서 2할9푼9리, 6월 5경기에선 3할2리를 기록했다. 지난 7경기에선 KIA 타이거즈에 이어 팀 타율 2위, 6월 들어선 1위다.
한 달 전엔 상상도 못한 일이다.
타율이 높아졌으나 득점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은 별개다. 6일 두산전에서 10안타를 치고도 1점을 뽑았다. 득점권 주자를 두고 8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4로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이 아쉬웠다. 2사 만루에서 빈손으로 돌아섰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