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7차전을 앞둔 LG 벤치.
LG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고우석의 연투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엇다. "오늘 안 나갈겁니다. 원래 연투가 되는데 어제(13일 삼성전) 던지고 살짝 뭉침이 있다고 해서요."
마무리가 필요 없는 상황이 최선. 하지만 절대 필요한 상황이 찾아왔다.
3-2로 앞선 9회초 무사 1,2루. 9회 등판한 함덕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현준의 번트를 3루에서 잡아내며 1사 1,2루. 한숨 돌리나 했는데 피렐라를 볼넷 출루시켜 1사 만루가 됐다.
타선은 삼성에서 가장 잘치는 강민호 김동엽. 고우석이 없는 LG 불펜. 선택은 '야수출신' 우완 파이어볼러 백승현이었다. 투수 전향 후 "언젠가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 속에 갖고 있었다"는 설레는 세이브 상황.
하지만 상황이 워낙 터프했다. 1점만 내주면 승리를 날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주무기 슬라이더도 마음껏 떨어뜨리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백승현은 씩씩했다. 적극적으로 떨어뜨리라는 포수 박동원의 요구대로 7구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강민호를 삼진 처리했다. 김동엽과 다시 한번 슬라이더 승부로 유격수 직선타로 경기를 끝냈다. 꿈에 그리던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하는 순간.
"무조건 올라가서 막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긴장할 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절대 실투를 해서는 안 된다. 오늘 좀 슬라이더 위주로 많이 던졌는데 절대 이 공을 바운드 실투로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밖에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집중해서 던졌습니다."
박동원의 적극적 리드와 블로킹은 큰 힘이었다.
"동원 형께 끝나고도 계속 감사하다고 얘기했어요. 형의 리드가 없었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주리그 질롱코리아에서 153㎞를 뿌리며 화제를 모았던 유망주 내야수 출신. 마운드는 운명이었다.
"제가 좀 야수로서 조금 많이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해서 마지막 도전이자 선택을 했던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뭐라도 좀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야구를 여기(1군)에서 하는 게 목표였지 2군에서 하다 끝내는 게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이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거창한 목표는 없다.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는 매 순간이 소중할 뿐이다.
"길게 목표를 잡진 않았고요. 그냥 항상 아프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 한 번이라도 더 던져보는 게 저한테는 목표입니다. 제가 늦게 시작한 만큼 야구장에 많이 나가서 시합을 해보고 싶은 게 저희 바람이어서 그거 말고는 다른 목표를 크게 잡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투수로서 부족한 자신을 늘 도와주는 동료 선후배 투수들, 그리고 박동원을 비롯한 포수 형들에게 늘 감사하다는 백승현. 터프했고 인상적이었던 그의 첫 세이브는 올시즌 초 어깨통증으로 잠시 미뤘던 불펜 필승조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