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이맘때 최형우(40·KIA 타이거즈)를 향하는 시선엔 우려가 가득했다.
방망이가 좀처럼 달궈지지 않았다. 볼넷으로 출루하는 이른바 '눈야구'로 타선 가교 역할을 했지만, 한때 KBO리그 수위 타자였던 최형우라는 이름 석 자엔 어울리지 않는 퍼포먼스일 수밖에 없었다. 2021시즌 안과 질환을 겪으면서 부진했던 그가 또 다시 타격 부진을 겪으면서 '에이징 커브'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붙었다.
올해 최형우의 모습, 완전히 달라졌다. 시즌 초반 상승세 때만 해도 '초반 반짝 효과' 정도로 치부됐지만, 두 달 넘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비 때마다 타점을 만들며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 가사처럼 'KIA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즌 타율 3할1푼1리(205타수 64안타)로 KBO리그 톱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09로 전체 3위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2.67(스포츠투아이 기준)로 전체 6위. 더이상 최형우의 이름 뒤에 '에이징 커브'라는 떠올리는 이는 없다.
이런 최형우가 전설 반열에 올랐다.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7회말 2사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갖고 있던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 1위(1498타점)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팀 패배로 마음 놓고 기뻐할 순 없는 날이었지만, 한국 야구사에 또 다른 전설의 탄생을 알린 중요한 날이었다.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낸 역사다. 2002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최형우는 4년 간 1군 6경기에 나선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친정팀 삼성에 입단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왕조의 한 축 역할을 했다. 2013년 500타점을 돌파한 최형우는 4년 총액 100억원의 FA계약으로 2017년 KIA에 입단, 그해 1000타점 돌파와 함께 팀의 V11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골든글러브 6회(2011, 2013~2014, 2016~2017년, 2020년), 타격왕 2회(2016, 2020년), 홈런왕 1회(2011년), 타점왕 2회(2011, 2016년) 등 타자 부문 개인 타이틀 대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최형우는 1타점만 추가하면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의 주인이 된다. 여기서 1타점을 더 추가하면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통산 1500타점 고지를 밟는다. 이제 그가 걷는 길이 곧 한국 야구의 역사이자, 전설이 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