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표준 국어대사전에 '손가락질(finger-wag)'은 '남을 얕보거나 흉보는 짓'이라고 돼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뉴욕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32)이 상대 감독을 향해 손가락질을 반복적으로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21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서다.
콜은 이날 7⅓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4대1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6경기에서 99이닝을 던져 8승1패, 평균자책점 2.64, 106탈삼진, 피안타율 0.213을 마크한 콜은 탬파베이 레이스 셰인 맥클라나한(11승1패, 2.12, 97K), 휴스턴 애스트로스 프람버 발데스(7승5패, 2.27, 104K), 텍사스 레인저스 네이선 이발디(9승3패, 2.80, 96K)와 함께 AL 사이영상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콜은 이날 투구 도중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상대 스캇 서비스 감독(56)에게 손가락질을 보내는 일까지 일어났다. 양키스가 3-1로 앞선 7회초 2사후 우타자 호세 카바예로 타석.
콜은 초구와 2구를 각각 스트라이크와 파울을 유도해 2S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3구째를 기다리던 카바예로가 타임을 요청하며 시간을 끈다. 뭔가 심기가 불편한 듯한 표정이던 콜은 포수 호세 트레비노와 사인을 교환한 뒤 공을 던졌다.
그런데 공은 카바예로의 한참 머리 위를 날아 백스톱에 꽂혔다. 96.7마일이 찍힌 빠른 공이었다. 실수인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현지 중계진은 "흥미로운 장면"이라고 코멘트했다. 카바예로가 콜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우스꽝스러운 투구가 나왔다는 것이다.
콜은 결국 풀카운트에서 카바예로를 98.2마일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3루 시애틀 더그아웃을 응시하더니 오른손 검지를 좌우로 15번이나 흔들며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애틀 벤치에서 뭔가 신경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나온 모양이었다.
경기 후 콜은 취재진 인터뷰에서 "때때로 높은 패스트볼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상대 타자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다"며 진지한 농담을 건넸다. 다분히 의도적인 피칭이었다는 뜻이다.
같은 상황에 대해 카바예로는 "콜은 내가 피치클락을 반복하게 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그래서 화가 났을 것"이라며 "룰은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8초가 남기 전까지 준비를 마치면 되는데, 난 그렇게 했을 뿐이고 그건 내 루틴이다. 상대가 익숙하게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그 공 때문에 시애틀 안테나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며 "상대 매리너스 감독이 콜을 향해 손가락을 흔드는 게 보였다. 콜은 그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해준 것 뿐이다. 물론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콜은 "마운드를 내려오는데 상대 감독이 나한테 뭔가 몇 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나한테 손가락질을 했다. 그래서 나도 손가락질을 한 것 뿐"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상대가 먼저 도발했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가 나에게 손가락질 하는 걸 봤을 뿐이다. 상대 감독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 양키스는 올시즌 패한 직후 콜이 등판한 7경기를 모두 이겼다. 콜은 해당 경기서 4승,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했다. 에이스가 곧 스토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