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중소의 기적이 무너졌다. 그러나 대중은 소속사를 향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속사 어트랙트가 3일 초강수를 띄웠다. 바로 '멤버들을 강탈하려는 외부세력 개입'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공개한 것이다.
해당 녹취록은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와 워너뮤직코리아 윤 모 전무와의 통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윤 전무는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를 통해 바이아웃 조건으로 20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전 대표는 이런 제안이 왔다는 것도 몰랐을 뿐더러 바이아웃에 대한 개념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바이아웃은 주로 스포츠 업계에서 선수와 구단이 계약할 때 맺는 조항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는 타 구단은 소속 구단과의 협의없이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워너뮤직코리아는 안 대표를 통해 바이아웃을 제안했다. 즉 피프티피프티를 영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물론 워너뮤직코리아가 이런 '제안'을 한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안 대표가 전 대표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런 사실에 기반해 어트랙트는 지난달 27일 안 대표 외 3인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하며 업무방해, 전자기록 등 손괴,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 더기버스는 "당사는 어떠한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 외주 용역계약에 따라 성실히 업무에 임했고 업무종료 이후에도 어트랙트와 피프티피프티 멤버들 사이의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클 전망이다.
데뷔 1년도 안된 신인이 단 하나의 히트곡만을 발표한 상태에서 정산 이슈를 문제삼으며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하고, 그 배후세력의 정체가 점차 드러남에 따라 대중은 소속사를 향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차와 금품 등 개인 재산까지 처분해가며 '중소의 기적'을 만들었던 소속사를 배신한 행위라는 '괘씸죄'가 적용되는 분위기다.
더불어 관계자들은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신뢰 관계를 망치는 '브로커'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브로커'의 미꾸라지 행각을 방지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나 구제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브로커의 개입으로 전속계약 분쟁이 벌어진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소송을 하더라도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사건인 이상 이를 입증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피해 사실을 호소해도 이미 소속사는 '갑', 아티스트는 '을'이라는 프레임이 짜여져 있어 소속사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당장 전속계약을 할 때 기초로 하는 표준계약서만 보더라도 아티스트를 '을'로 보고 그들의 권한과 책임 경감을 보장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별도로 부속계약서를 작성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소속사의 권리는 보장받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템퍼링을 비롯해 어떠한 아티스트 강탈 시도가 벌어졌을 때 소속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이나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등에 분쟁 중재 등을 요청하는 정도인데, 이 또한 법적 절차로 해결하기 보다는 화해를 유도하는 방식이고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구제책이 될 수는 없다. 소속사 또한 아티스트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건 마찬가지다. 서로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나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5일 피프티피프티 멤버 4인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이 열린다. 모두가 어트랙트를 응원하는 가운데 법은 어떤 심판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