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 관심사는 대체 발탁 여부에 쏠린다.
'음주운전 이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민(23·성남)이 결국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이상민을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상민은 지난 14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박진섭(전북 현대) 설영우(울산 현대) 이한범(FC서울) 등과 함께 수비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한 이상민은 '넘버4 센터백'으로 선발됐다. 하지만 곧바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상민은 2020년 5월 음주운전 사실이 경찰에 적발이 됐다. 그는 이 사실을 숨긴채 3경기에 나섰다. 한국프로축구는 이상민의 늦은 보고로 음주운전 발생 약 한 달 뒤에에 사태를 파악했고, 이후 이상민에게 15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4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문제는 이같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는 점이다. KFA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의 처벌을 받은 자로서 '500만 원 이상 벌금형 선고 후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 혹은 '500만 원 미만 벌금형 선고 후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KFA는 18일 최종적으로 이상민의 결격 사유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KFA는 이상민의 불법행위는 2020년 5월 나왔지만, 벌금형이 선고된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민은 8월5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규정상 이상민은 2023년 8월4일까지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지만, KFA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상민 논란은 KFA의 시스템 부재가 낳은 안타까운 비극이다. 선수 선발에 집중해야 할 감독이 KFA 규정을 인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격 사유가 있는 선수가 있다면 이를 파악하고, 감독과 코치진에 고지해야 하는 것은 KFA의 몫이다. 하지만 이미 시스템이 고장난 KFA는 이상민의 선발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이상민은 2021년 10월, 2022년 U-23 아시안컵 예선을 시작으로 여러차례 황선홍호에 이름을 올렸다. KFA는 결격 선수로 여러차례 경기를 펼치는 우를 범했다. 최악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행정 시스템이 붕괴됐다.
KFA도 인정했다. KFA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이상민이 K리그2 소속으로 뛰며 음주운전으로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됐다.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협회가 관련절차 처리에 대해 미숙함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제 관건은 대체 발탁 여부다. KFA는 대한체육회에 이상민 대체 선수 발탁 가능성에 대한 질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은 부상, 의학적 소견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최종 엔트리 변경이 불가능하다. KFA는 이번 건이 특수 사항에 해당하는만큼, 대체할 선수를 발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을 대한체육회에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항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에 문의할 예정이다. KFA는 이번주 쯤 답변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KFA의 미숙한 행정이 만든 불똥으로 선수단만 피해를 보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KFA의 미숙한 일처리로 대회 시작도 전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며 팀 분위기를 망쳤다. 최악의 경우 엔트리 한장을 날릴 수도 있게 됐다. 22명이 아닌 21명으로 대회를 치러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짧은 텀에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하는만큼, 선수 한명, 한명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황 감독이 멀티 플레이어를 집중, 선발한 이유기도 하다. 가뜩이나 '에이스' 이강인(PSG)의 차출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가능성은 반반이다. 지금으로서는 대한체육회가 OCA와 조직위의 승인을 얻어내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황선홍호는 출발도 전에 변수만 잔뜩 손에 쥔 형국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