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예산도 의결 받아야…속초시, 시의회와 협의해 조속히 절차 진행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강원 속초시가 영랑호 부교 철거 사업비 산정을 위한 용역 예산을 시의회에서 의결 받으면서 부교 철거 절차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속초시의회는 30일 오전 열린 제34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영랑호 부교 철거 공법 및 사업비 산정 용역 예산' 3천만원을 의결했다.
앞서 속초시는 2021년 11월 영랑호에 길이 400m의 부교를 설치했다.
설치에 투입한 예산은 26억원 선으로 알려졌으나, 시에 따르면 약 22억3천만원가량이 투입됐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에서 생태계 훼손 우려 등으로 부교 철거를 요청하며 주민 소송까지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7월 부교 철거를 명했으나, 철거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특히 예산 관련 심의가 주민 의견 수렴과 시의원 간 견해차 등으로 시의회에 표류, 철거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시민·환경단체에서는 기자회견과 보도 자료 등을 통해 조속한 부교 철거를 촉구하며 지역 사회 관심이 높아졌다.
시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시는 향후 3개월간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용역을 통해 철거 예산이나 공법이 확정되더라도 곧바로 철거에 착수하기는 불가능하다.
철거 예산 역시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의회 측도 이번 예산을 의결하면서 "철거 공법에 따른 사업비 산정 등을 위해 의결한 것으로, 부교 철거에 대해 시의회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용역 과업 지시에 '부교 존치 공법' 관련 내용을 추가해 부교를 철거하지 않고, 구조 변경을 통해 환경 영향을 저감할 수 있는 방안도 있는지 함께 확인하도록 했다.
시는 용역을 마치는 대로 시의회와 협의해 남은 행정 절차도 추진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철거 예산 반영을 위해서는 의회 심의 의결이 필요한 만큼 의회와 소통을 통해 남은 절차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시의회 결정을 반겼다.
이들은 "재판부가 부교 철거의 신속한 이행을 주문한 지 8개월이 지났다"며 "예산을 들여 설치한 시설물을 다시 걷어내기란 쉽지 않음을 알기에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예산 의결에 협조해준 속초시의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교는 석호 수질오염의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물 흐름을 방해하고 생태계 변화를 가져왔다"며 "우리는 올해 부교 없는 영랑호에서 겨울 철새를 맞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ryu@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