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야구 전문가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
진짜 강팀의 저력은 타선이 꾹 눌려 있을 때 발휘된다. 촘촘한 수비 집중력과 끈질기게 버텨주는 마운드, 그리고 기민한 주루플레이와 착실한 팀배팅이 조화를 이뤘을 때 '저 팀은 못 이기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개막 첫 달 LG 트윈스가 그랬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며 9개 구단 위에 '절대 1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최근 5연패에 빠지면서 그 위압감이 사라졌다. LG는 지난 다섯 경기 평균 2.2득점에 그쳤다. 타격 사이클이야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방망이가 침묵한다고 그대로 다 지면 진짜 강팀이라고 할 수 없다.
LG는 2일 잠실 SSG전에서 타격 슬럼프 보다 더 뼈아픈 '디테일 실종'을 노출했다.
이날 SSG는 조병현 이로운 한두솔 김민까지 필승조 전원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1점 승부로 흐른다면 LG가 무조건 잡았어야 했다.
0-2로 끌려가던 5회말, 무사 1, 3루에서 적시타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이중도루를 시도해 1점을 만회한 점은 좋았다.
1-2로 뒤진 7회말이 문제였다.
LG는 선두타자 박해민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하는 기회를 잡았다. 신민재 이후 홍창기 문성주 오스틴 상위타순으로 이어지는 절호의 찬스였다. 동점만 만들고 간다면 8회 이후 승부는 필승조를 못 쓰는 SSG가 불리해 보였다.
신민재는 최근 10경기 타율 0.143로 타격감이 나빴다. 다만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선수라 보내기번트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신민재는 타자 피치클락 위반으로 1스트라이크를 안고 들어갔다. 초접전 승부에서 너무나 소중한 볼카운트 하나를 허비했다. 2구째 신민재는 번트 모션을 취했다가 배트를 거둬들였는데 스트라이크였다.
LG가 스리번트까지 불사할 것인지는 볼 수 조차 없었다. 2스트라이크에서 1루 주자 박해민이 견제구에 잡혀서 아웃 돼버렸기 때문이다.
2루에 보내놓고 적시타가 안 나왔다면 상대 투수가 너무 잘 던졌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진루 자체에 실패한 상황은 결코 '1위 팀' 다운 경기력은 아니다.
그래도 LG는 아직 1위다. 2023년과 2024년 LG는 5월에 늘 강했다. 올해 5월 스타트는 불만족스럽지만 염경엽 감독의 기대대로 '5월의 기운'을 받아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