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부담이 많이 됐어요. 가족들 앞에서 좀 잘 던져야 하는데.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LG 트윈스 베테랑 필승조 김진성(40)은 18일 잠실 kt 위즈전 등판을 앞두고 유독 긴장됐다. 두 아들 민찬과 리호가 이날 시구와 시타를 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 두 아들이 승리를 기원하러 온 날 당연히 아빠는 마운드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김진성은 LG가 5-1로 앞선 8회초 2사 1, 2루 위기에 구원 등판했다. 김진성은 kt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포크볼 2개를 연달아 던져 얻은 값진 결과였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진성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깔끔하게 3타자를 처리했다.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 천성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김진성은 1⅓이닝 동안 공 단 11개를 던지면서 무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선두 LG의 30승(16패) 선착을 이끌었다. 그는 시즌 첫 세이브와 함께 개인 통산 4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3차례나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던 투수였기에 김진성에게 40세이브는 더 값질 듯하다. 그는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2004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됐으나 1군 등판 기회도 없이 2006년 방출됐고, 2010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육성선수로 입단했을 때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11년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진행한 트라이아웃에 통과하면서 3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시즌 동안 470경기에 등판해 32승, 67홀드, 34세이브, 494⅔이닝,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하며 뒤늦게 꽃을 피우나 싶었는데 2021년 시즌 뒤 NC의 베테랑 정리 기조 속에 또 한번 방출됐다.
은퇴 위기에서 김진성이 사실상 NC를 제외한 모든 구단에 전화를 돌리며 기회를 알아봤을 때 손을 내민 게 LG였다. 구사일생한 김진성은 지난 3시즌 동안 LG에서 60홀드와 5세이브를 추가했고, 올해도 13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불펜의 핵심 임무를 해내고 있다. 덕분에 NC 마무리 투수 시절 달성하지 못했던 40세이브 고지도 넘을 수 있었다.
김진성의 아들 민찬과 리호는 아빠가 자랑스러운지 방송 인터뷰 내내 옆에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취재 기자들과 인터뷰에도 두 아들이 함께하려 하자 오히려 쑥스러웠던 아빠가 "이제 엄마한테 가자"라고 다독였을 정도.
김진성은 "부담이 많이 됐다. 가족들 앞에서 조금 잘 던져야 하는데,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또 어제(17일)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집중해서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 포수 (박)동원이가 나를 잘 아니까. 리드를 잘하니까 리드대로 던진 게 잘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구와 시타를 앞두고 따로 아이들을 지도하진 않았다. 김진성은 "집에서 시구 연습을 하던데, 나는 안 가르쳐줬다. 그냥 아이들이면 아이들답게 시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많이 가르쳐 주진 않았다. 그냥 '너희 던지고 싶은 대로 던져'라고 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나이 마흔이 된 올 시즌도 김진성은 여전히 LG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함덕주 유영찬 김강률 등 팀의 핵심 불펜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건강히 버티는 김진성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김진성은 올해도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 가는 것과 관련해 "올해 동원이가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다. 포크볼이나 이런 사용법을 타자에 맞게끔 분석을 잘하는 것 같다. 동원이가 전력 분석을 워낙 열심히 잘하다 보니까 동원이 리드대로 던지면 되더라. 요즘 피칭 하면서 느끼는 건데, 양의지(두산) 선수가 수싸움을 잘하지 않나. 동원이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더라. 나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시즌"이라며 안방마님에게 공을 돌렸다.
동료들의 부상 공백과 관련해서는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 말고 다른 후배들 여러 투수들이 있다. 자기 몫들을 분명 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부담이 되진 않는다. 좋은 후배들이 많으니까 부족하면 내가 조금 더 채워주면 되고, 또 나도 아니면 후배들이 채워주니까. 내가 딱히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은 별로 없다"며 지금처럼 동료들을 믿고 2023년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