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고윤정(29)의 성장, 오이영의 그것과 닮았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김송희 극본, 이민수 연출, 이하 언슬전)이 18일 12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 고윤정은 극중 주인공인 오이영을 연기하며 방황하고 성장하는 청춘을 그리는 동시에 러브라인을 구축하면서 극을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고윤정은 "금방 끝나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마지막 촬영 때도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진짜 헤어지는 느낌이 든다"며 종영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언슬전' 속 고윤정은 도망쳤다 돌아온 1년차 산부인과 전공의로 등장했지만, 의학보다는 러브라인이 주목을 받으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을 터. 그러나 고윤정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기에 전문적이고 프로페셔널하고 능숙한 면이 등장하고, 인정을 받아 좋은 반응이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희가 실수하는 것도 나오고, 심지어 실수도 상상 이상으로 하지 않나. '일년차가 저것도 못하나?' 수준으로 나오는데, 성장 서사다 보니까 조금 더 부족하고, 조금 더 나아지고, 발전하고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그런 것 같다. 오히려 아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슬전'은 네 명의 전공의들뿐 아니라 모든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방송 전 전공의 파업과 의료 공백 등 외적인 요인으로 먼저 주목받았다면, 공개 이후에는 이들의 서사를 통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인정을 받은 것. 여전히 대중의 싸늘한 반응도 남아있지만, 고윤정이 연기한 오이영이 초반 비호감 캐릭터에서 호감 캐릭터로 성장한 데에는 그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고윤정은 오이영의 성장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돌아보며 "저도 시작은 오이영 같았다"고 했다. 고윤정은 "사회생활을 잘 하려고, 잘 보이려고 하는 의욕 자체가 없었고, 일을 잘 해야한다는 의욕만 있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제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람을 좋아하더라. 촬영할 때는 몰라도 마지막 촬영날에는 감정이 왔다. 정이 많이 들면서 사람 좋아하는 엄재일과 오이영을 섞어서 닮은 것 같다"고 했다.
2019년 데뷔한 이후 줄곧 미모로 주목받으며 주인공의 자리까지 단숨에 올라온 그다. '환혼'에 이어 '무빙' 등을 통해 전세계적 관심까지 받았다. '무빙'을 통해서는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고윤정은 신인 시절을 돌아보며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봐야 할 때에도 아는 게 없어서 질문을 못 했다. 또래 배우들과도 촬영을 해보고, 선배님과도 촬영을 해보면서 현장에서 연기를 편하게 하는 법을 터득했고, 나름의 사회생활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윤정은 이어 "오이영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을 보면서도 느낀 것이, '모르면 질문을 해야하는데'였다. 내가 해내야 하는 할당량이 있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확인을 받고, 정확히 할당량을 해내야 하는 것인데도 물어보면 혼날 것 같은 느낌이 있잖나.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선생님 같은 존재라 데뷔 초반에는 정말 질문을 잘 못했던 것 같다. '배우가 이것도 몰라?'라고 할까봐. 오히려 질문을 하나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질문도 되게 많이 하고, 의견도 많이 내고, 모르는 게 있으면 진짜 많이 여쭙는데, 초반에는 저에 대해 실망을 할까봐 고민했던 것 같다. 사실 기대를 안 하셔서 실망도 안 하셨겠지만, 그냥 실망감을 드리는 게 싫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데뷔 이후 꾸준히 미모로 화제가 됐던 고윤정이기에 이번에도 역시 "너무 예쁘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어야 했다. 극중 일년차 전공의로서 밤낮없이 공부하고 씻지도 못한 채 출근하는 날이 대부분인 캐릭터였음에도 숨길 수 없는 미모 덕에 논란이 됐던 것. 고윤정은 "초반 1, 2회에서는 색보정이 들어갔는데, 현장에서는 없었던 입술 색이 화면에서는 진하게 보이기도 하더라. 초반은 저도 아쉬운 부분이다. 밸런스를 잘 맞추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너무 퀭해보이면 또 톤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했다. 초반에는 제가 봐도 진한 장면이 있었다. 떡진 머리에 입술도 바르고 다크서클 분장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 안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제작진이 예쁘게 나오면 좋겠는 마음에 반사판도 대주시고 하다 보니 분장이 날아갔나 보다. 더 슬기로운 배우가 돼서 (회복하겠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예쁜 외모로 인해 칭찬도 받지만, 빼어난 연기력이 외모에 가려진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고윤정은 "연기적으로든 뭐든 (외모) 덕을 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연기를 못해보인다는 말보다는 예쁘다는 말이 더 많잖나. 그게 오히려 좋은 것 같고, 면전에 대고 예쁘다고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없다. 건너 건너 '누가 그러던데'라고 하시지 둘러앉아서 예쁘다는 말을 듣는 지금(인터뷰 시간)이 너무 좋다. 부끄러운데 너무 좋다"며 웃었다.
고윤정으로서도 앞으로도 더 성장해 나갈 에정이다. 고윤정은 "고윤정으로 사는 것, 재미있다. 뭔가 제가 오이영이랑 닮은 부분은 의욕이 별로 없는 것이다. 꽂히는 게 적다. 꽂히면 그걸 몇 년을 파는데, 연애도 일도 꽂히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지금은 일에 꽂혀 있는 것 같다. '대표님이 좋아하시겠어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일 좀 달라는데 누가 싫어하겠나"라며 "'저렇게 부족해도 성장하는구나' 하시며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윤정은 '언슬전'을 마치고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돌아온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