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비만을 반영하는 허리둘레-키 비율(WtHR : Waist-to-height ratio)이 체질량지수(BMI)보다 비만으로 인한 심부전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WtHR은 허리둘레(㎝)를 신장(㎝)으로 나눈 값이다.
19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Heart Failure 2025)에서 스웨덴 룬드대 아므라 유지치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말뫼 지역 중노년층 1800여명을 12년 이상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이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MI가 높을수록 심부전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만 측정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BMI는 성별이나 인종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체지방 분포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BMI가 정상이어도 WtHR이 높으면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BMI가 높은 환자가 심부전 예후가 더 좋은 경우도 있는데, 허리둘레-키 비율에서는 이같은 현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말뫼 예방 프로젝트(Malmo Preventive Project)에 참여한 45~73세 1792명(평균 연령 67세)을 허리둘레-키 비율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누고, 평균 12.6년간 각 그룹의 심부전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했는데, 정상 혈당·공복 혈당 장애·당뇨병 환자가 각각 3분의 1씩 구성됐으며, 전체 참가자의 허리둘레-키 비율 중앙값은 0.57이었다. 추적 관찰 기간 심부전 진단을 받은 사람은 132명이었다.
분석 결과 허리둘레-키 비율이 높을수록 심부전 발생 위험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다른 위험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유지됐고, 허리둘레-키 비율이 1 표준편차(0.04~0.05) 증가할 때마다 심부전 발생 위험은 34%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허리둘레-키 비율이 상위 25%인 그룹(WtHR 중앙값 0.65)은 나머지 세 그룹에 비해 심부전 위험이 2.71배 높았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의 허리둘레-키 비율 중앙값은 심혈관 대사 위험 증가 기준선인 0.5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에 주목해 "건강을 위해서는 허리둘레가 키의 절반 이하가 되도록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전했다.
WtHR이 0.5 미만이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범위, 0.5~0.59인 경우에는 '건강 유의 단계', 0.6 이상이면 질병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WtHR이 0.5 이상인 경우, 대사증후군,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등 대사성 질환의 위험이 1.3~1.7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3만명을 평균 13년 동안 추적 조사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서도 WtHR이 체지방률이나 BMI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예측에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