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공교롭게도 '무관'의 아이콘이었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정상 등극 꿈을 이룬 2024~2025시즌, 토트넘도 우승의 한을 털어냈다.
토트넘이 17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트넘은 22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라이벌 맨유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1대0으로 신승했다.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골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파페 사르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존슨이 오른발로 볼을 터치했다. 제대로 맞지 안은 볼은 뒤따르던 맨유 수비수 루크 쇼의 몸을 맞고 골문을 통과했다. 쇼의 자책골로 기록될 법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은 존슨의 득점으로 공식 기록했다.
손흥민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히샬리송이 왼쪽 윙포워드 자리를 대신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7분여를 포함해 약 30분을 소화했다.
맨유는 동점골을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토트넘은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손흥민도 공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이었다. 후반 23분에는 맨유 라스무스 호일룬의 헤더가 골라인을 넘기 직전 미키 판 더 펜이 가까스로 걷어내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맨유는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정상 등극 이후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럽대항전의 경우 1983~1984시즌 유로파리그 전신인 UEFA컵 우승 이후 41년 만의 환희에 젖었다.
손흥민은 유럽 1군 무대에 데뷔한 후 무려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우승 축배를 들었다. '캡틴'으로 토트넘의 우승 가뭄도 마침내 끊어냈다. 그는 2015년 8월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10년이 흘렀다. 2018~2019시즌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 2020~2021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서 좌절했다. 이번 시즌 과거의 눈물이 미소로 채색됐다.
케인도 축하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토트넘과 맨유의 결승전을 시청하며 응원하는 사진을 실었다. 우승이 확정된 후에는 토트넘이 공개한 우승 포스터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케인은 2023년 8월 우승을 위해 토트넘을 떠나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적응에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는 첫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36골로 득점왕에 오른 것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44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우승과는 또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이변이었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 12시즌 연속 우승이 좌절됐고, UCL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FA컵인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는 첫 경기에서 3부리그 팀에 덜미를 잡혀 일찌감치 고배를 마셨다. 또 '무관'이었다.
케인은 바이에른 2년 차에서 드디어 '무관 저주'를 털어냈다. 바이에른은 2년 만에 분데스리가 왕좌에 복귀했다. 일찌감치 시즌을 마친 케인은 현재 휴가 중이다.
케인은 11일 첫 우승 세리머니 후 토트넘을 향해 "분명히 그들은 힘든 시즌을 보냈고, 그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한 것은 큰 업적이다"며 "나도 토트넘이 우승하길 바라며 지켜볼 것이다. 많은 토트넘 팬들에게 이번 달은 좋은 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팬이 나에게 연락을 해왔고 내가 우승하는 걸 보고 기뻐했다. 나는 우리 모두가 토트넘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짝' 손흥민은 맨유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케인과 결승전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물론 케인이 '베프'인 건 다들 알고 있고, 그와 함께 뛰는 건 정말 큰 영광이었다. 케인이 첫 우승을 하고 나서 트로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도 "하지만 케인은 이미 휴가 중이라 나한테 문자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굳이 문자 보낼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선수들과 제 자신에 집중하고, 케인은 내일 토트넘의 가장 큰 팬이 될 거다. 휴가 중에도 우리를 응원해 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케인이 응원으로 화답한 셈이다.
손흥민과 케인은 2025년 5월, 마침내 자신의 프로 커리어에 첫 우승 이정표를 세웠다. 다만 케인은 국내 리그였지만, 손흥민은 국제 무대에서 최초의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