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삼성이 키움과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중위권 싸움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는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회초 터진 구자욱의 결승 투런포와 선발 레예스의 역투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이 승리로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한 아픔을 털어냈다. 24승1무25패로 5할 승률 복귀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대로 최하위 키움은 다시 4연패에 빠지며 2할대 승률 지키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예상 외의 투수전이었다. 키움 타선이 침체돼있는 상황이지만, 삼성 선발 레예스도 좋지 않았다. 최근 3경기 2패 뿐이었는데,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3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키움은 팀이 스윕 위기에 처한 가운데, 2년차 김연주가 기세를 탄 삼성 타선을 이겨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래서 예상 외였다. 레예스는 완벽 그 자체였다. 레예스의 구위가 좋았는지, 키움 타자들이 너무 성급했는지는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레예스는 7회까지 키움 타선을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놀라운 건 투구수. 71개에서 끊었다. 이닝당 10개 정도였던 것.
삼성은 김연주가 직전 등판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는 걸 기억해야 했다. 경기 전 홍원기 감독이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처럼 정말 씩씩하게 잘 던졌다. 김연주 역시 5이닝 1안타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투구수 80개. 아직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지 얼마 안됐기에, 투구수 관리가 필요했다.
삼성은 투구수가 적은 레예스가 당연히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키움은 불펜으로 맞섰다. 6회 이준우가 등장하자마자 연속 볼 8개를 던져 위기를 맞이했지만, 김성민이 구자욱을 병살로 처리하고 무실점 이닝을 만들었다.
잠잠하던 양팀의 경기. 승부가 갈린 건 8회였다. 키움은 필승조 양지율이 올라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을 때만해도 평안했다. 하지만 2사 후 김성윤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틈이 생겼다. 다음 타자는 구자욱. 전 타석 통한의 병살타로 마음이 아팠을 상황. 역시 스타였다. 구자욱은 2B1S 상황서 양지율의 몸쪽 슬라이더를 기술적으로 잡아당겼다. 높게 떠 뻗어나간 타구는 고척스카이돔 우측 파울 폴대를 맞고 떨어졌다. 한 뼘만 더 휘어져 나갔다면 파울이 될 타구가 결승 투런포로 연결된 것. 양지율의 실투가 아니었는데, 구자욱의 기술이 좋았다고 봐야 할 장면이었다. 시즌 9호 홈런이 아주 중요할 때 터졌다.
승리 요건을 갖추고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레예스. 힘이 살짝 빠졌는지 흔들렸다. 대타 전태현에게 안타를 맞고 이주형을 사구로 내보냈다. 여기가 하이라이트. 박주홍이 친 밧G은 타구가 좌익수와 3루수 사이 애매한 곳으로 떨어지려 하는데 유격수 이재현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 몸을 던져 공을 걷어냈다. 무사 만루 위기가 될 상황이 1사 1, 2루로 바뀐 것.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어준서를 잡아내고 2사 1, 2루 상황에서 포수 강민호가 다급하게 벤치쪽으로 향했다. 박진만 감독을 향해 뭔가 얘기를 했다. 레예스의 구위가 떨어졌다고 본능적으로 느낀 것. 다음 타자가 송성문이었기에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투수 교체. 삼성은 신인 배찬승을 올렸고 배찬승이 송성문을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송성문도 끈질기게 파울 타구를 만들어내며 버텼지만 2루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삼성은 9회말 마무리 이호성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무리 전업 후 이호성의 두 번째 세이브. 이호성은 선두 최주환과 2사 후 김태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침착하게 처리해내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레예스는 7⅔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지며 2안타 5삼진 무실점 피칭을 해 시즌 4승(3패)째를 따냈다. 7⅔이닝도 KBO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이었다. 종전 기록은 7이닝이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