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이현중(24)의 인터뷰에서는 버릴 말이 한 마디도 없었다.
지난 23일 서울 능동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언더아머 넥스트 컴바인(UA NEXT COMBINE)에서 만났다.
그의 존재는 한국농구의 '돌연변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농구에서 '제대로', 가장 '진지하게' 해외 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2m1의 좋은 신체조건에 2m8의 윙스팬을 지니고 있는 그는 스몰포워드다. 큰 키와 좋은 스피드를 지나고 있는 한국농구의 에이스다.
슈팅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고, 오프 더 볼 움직임도 강력하다. 프레임이 얇고, 파워가 부족하고,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신체적 약점을 강력한 노력으로 메워가고 있다. 내외곽 수비는 견고해지고 있고, 활동력도 강력하다.
KBL 무대에 들어오면 당장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기량을 이미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 겸장이고, 위닝 바스켓볼을 할 수 있는 뛰어난 마인드도 지니고 있다.
삼일상고 시절, 그는 NBA가 주관하는 아시아 퍼시픽팀 캠프에 초청됐고, 호주의 NBA 글로벌 아카데미로 떠났다. 결국 미국 데이비슨 칼리지에 입학, 1학년 때 평균 20.9분을 출전하면서 팀내 입지를 다졌다.
2학년인 2020~2021시즌 팀의 에이스로 입지를 넓혔다. 야투율 50.3%, 3점슛 성공률 43.6%, 자유투 성공률 90.5%로 데이비슨 칼리지 최초 180클럽에 가입했다.
3학년을 마친 뒤 NBA 도전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다. NBA G 리그 캠프에 참가했고, 콜업 기회를 받았지만, 연습 경기 도중 발등 인대를 다치며서 장기 부상을 입었다. 결국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그는 절치부심, 호주 일라와라 호크스에서 뛰었다. 올 시즌 핵심 식스맨으로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일본 B리그 오사카와 단기계약을 맺고, 메인 볼 핸들러로 단숨에 팀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시즌이 끝난 그는 귀국한 상태다. 올 여름 또 다시 NBA에 도전한다. NBA 서머리그 출전, NBA 팀 캠프 초청을 받는 게 목표다. 이현중 에이전트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현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NBA 1~2개 팀이 있다. 계속 도전하고, 만약 좌절될 경우에도 G리그, 유럽리그 등 수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현중과 일문일답.
▶한국에 와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시즌 끝난 뒤 3일 만에 훈련을 시작했어요. 맨날 훈련만 해요. 나머지는 친구,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돌이켜보면 발전한 부분, 그리고 아쉬운 부분이 뭔가요.
─우승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 개인적 목표는 이루지 못한 것 같아요. 조금 아쉽습니다. 멘탈적으로 성숙해진 것, 프로페셔널리즘의 발전은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로페셔널리즘의 성숙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현중은 핵심 식스맨으로 뛰었다) 경기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바로바로 준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출전시간에 대해) 선수들이 불만을 품을 수 있는데, 선수들이 마음이 떠나면 팀이 무너집니다. 개인적으로 잘 정리한 것 같고, 그래서 우승에 기여한 것 같습니다.
▶출전시간에 대한 문제는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선수들의 큰 딜레마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 계속해서 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에 들어갔을 때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출전시간에 대해) 불평불만할 자격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기도 품게 된 것 같습니다. 농구 공부도 많이 할 필요가 있어요. 그 팀에 맞춰 롤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팀에 맞춰서 공부를 하면 더욱 팀에 녹아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트에 들어가서도 자신의 경기력을 펼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호주에서는 역할이 명확했고, 일본 B리그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했는데요. 헷갈리진 않습니까
─ 당연히 헷갈립니다. 큰 무대를 도전했을 때는 세계적으로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일본 리그에서 메인 볼 핸들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훈련할 때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큰 꿈에 있어서는 롤을 명확하게 하고 가는 게 맞는 길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3&D 역할 수행, 메인 볼 핸들러 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농구 선수들도 팀의 롤에 따라 기복이 심한 부분이 있습니다.
─ 농구도 공부를 해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농구의 아쉬움은 공부를 많이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 필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는 스카우팅 페이퍼와 거기에 따른 구체적 디테일 전술이 필수입니다. 스카우팅 차이로 경기를 이길 수 있습니다. (한국농구는) 단합력은 좋지만, 기술력과 정교한 전술에 신경을 좀 더 쓰는 게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소통이 정말 중요합니다. 운동선수라고 네네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결국은 5명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합니다. 후배들은 아무래도 목소리를 낮추고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 간의 소통도 그렇고, 좀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생각이 있으면 소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의견 수용을 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농구가 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외 생활에서 배움이나 경험을 좋은 에너지로 전파하고 싶습니다. 코트에서 보컬 리더도 자신있습니다. 현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어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나이의 편차는 있습니다. 링커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농구에서는 롤 분배로 인한 '언해피' 현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도 호주리그에서 언해피를 띄울 수 있습니다. 팀원이랑 우승하는 게 중요하고 상황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극복해야 합니다. 선수 본인도 팀적으로 모두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KBL 챔프전에서 하드콜 논란이 있었습니다. 명승부였다는 의견과 저득점보다는 콜을 좀 더 소프트하게 해서 득점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 심판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중립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플라핑을 하다 보면 선수와 팬 모두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NBA에서 길저스 알렉산더도 일부에서 욕을 먹고 있습니다. (지금 KBL의) 하드콜은 호주에서는 일상콜입니다. 피지컬한 것 같지 않습니다. 파이널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현중 선수는 공수 겸장인데. 국내농구의 문제점 중 하나가 공격에 치중하는 선수, 수비에 치중하는 선수가 갈려 있다는 점인데요.
─ 아무래도 공격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수비에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해외리그에서 3&D 역할을 맡으면서 수비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둘 모두 잘해야 합니다. (대표팀에서 문제점은) 호주의 경우 상대 전력과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코치들이 다 편집하고, 꿰뚫고 있습니다. 피지컬도 좋고 실력도 좋은 선수들이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데 우리는 너무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카우팅에 대한 인식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대표팀 경기를 펼칠 때) 필름이 없었습니다.
▶와타나베 유타의 경우, NBA 도전 이후 30세에 치바로 돌아왔습니다. 이현중 선수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 도전은 계속 할 것 같습니다. 냉철하게 제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될 때까지 계속 할 것입니다. 한다고 해서 손해가 전혀 없고,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운동 선수의 수명도 짧고, 경제적으로도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G리그 선수들이 오래 못 있습니다. 나중에는 당연히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도 일본에서 많은 오퍼가 오고 있지만, 꿈을 포기하고 경제적으로 지금 쫓는다면 후회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나중에 (복귀해도) 경제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