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거인' 오타니 쇼헤이는 홈런포를 펑펑 가동하는데, 팀은 이기지 못한다. 월드시리즈 디펜딩챔피언 LA 다저스가 딜레마에 빠졌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의 맹주'같았던 LA다저스가 심상치 않다. 오타니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필드플레이어에 투수까지. 나머지 9명의 선수들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타니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괴력을 뿜어냈지만, 이게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저스는 최근 3연패를 포함해 10경기에서 4승6패의 부진에 빠졌다. 이로 인해 결국 NL 서부지구 단독 1위를 지키지 못했다.
LA 다저스는 13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6대7로 패했다. 이 패배로 다저스는 3연패에 빠졌고,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5대1로 꺾으며 4연승을 달성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지구 공동선두가 되고 말았다.
오타니는 이날 1번 지명타자로 나와 3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2득점, 1타점으로 비교적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보기드문 트리플플레이를 범하며 팀에 피해를 입혔다.
전날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친 오타니는 이날 1회초와 2회초 첫 두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나갔다. 이어 5회초 1사 때는 1루수 뜬공에 그쳤다. 상대 배터리는 오타니 타석만 되면 최대한 정면승부를 피하려 했다. 5회초에도 2B1S에서 몸쪽 높은 볼을 던졌는데, 오타니가 배트를 휘둘러 아웃당했다.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탓인지 오타니는 6회초에는 치욕적인 결과까지 만들고 말았다. 4-2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 타석에 나온 오타니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97.1마일)을 잡아당겨 2루 베이스 쪽으로 날렸다.
2루 베이스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에인절스 유격수 잭 네토가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며 오타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2루 베이스를 넘어가려던 오타니의 타구를 오른쪽으로 살짝 이동하며 왼팔을 쭉 뻗어 그대로 잡아 아웃카운트 하나를 만든 네토는 스피드를 살려 2루 베이스를 직접 밟아 3루로 가려던 2루 주자 미겔 로하스를 포스아웃시켰다.
이어 곧바로 1루로 송구해 2루로 달리던 달튼 러싱까지 잡아냈다. 러싱이 황급히 1루로 향했지만, 네토의 송구를 받은 에인절스 1루수 놀란 샤누엘에게 태그아웃 당했다. 보기드문 트리플 플레이의 희생양이 된 오타니는 타석에서 분노와 당혹감에 찬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오타니는 이 분노를 다음 타석에서 배트에 실었다. 5-5로 맞선 9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오타니는 전 다저스 동료였던 마무리투수 켈리 잰슨의 2구째 시속 92.4마일(약 148.7㎞)짜리 컷패스트볼을 강하게 후려쳤다.
타구 속도가 무려 114.8마일(184.8㎞)까지 나왔다.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결국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오타니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43호를 달성한 순간.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42홈런)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홈런 단독 선두가 됐고,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 칼 롤리(시애틀 매리너스·45홈런)와의 격차는 2개로 줄였다.
그러나 다저스는 오타니가 만든 승리 기회를 또 날렸다. 1점차 리드에서 9회말 마무리로 나온 알렉스 베시아가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사누엘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6-6 동점을 만들고 말았다.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다.
다저스는 연장 10회초 삼자 범퇴로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반면 에인절스는 무사 1, 3루에서 조 아델이 끝내기 적시타를 날리며 재역전승을 거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 만한 경기였다. 오타니만 주목받는 패배, 과연 다저스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시즌 막판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