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포수 홈런 역사에 전설을 써가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가 올시즌 가장 먼저 50홈런 고지에 올랐다.
롤리는 26일(이하 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진행 중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2번 포수로 선발출전해 첫 타석에서 대포를 쏘아올리며 50홈런 고지에 등정했다. 풀카운트에서 좌완 선발 JP 시어스의 8구째 92.9마일 몸쪽 낮은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발사각 30도, 타구속도 107.2마일, 비거리 419피트의 대형 아치.
전날 48,49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터뜨리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기록인 2021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살바도르 페레즈의 48개를 넘어서더니 하루 만에 포수 최초 5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제 롤리의 목표는 팀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인 켄 그리피 주니어의 56홈런과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의 AL 한 시즌 최다 기록인 62홈런이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적용하면 롤리는 '61개+α'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아울러 롤리는 AL MVP 싸움에서도 독주하던 저지를 따라잡은 모양새다. 이날 저지는 워싱턴 내셔널스전서 홈런 없이 4타수 1안타를 쳐 40홈런에 머물며 롤리와의 차이가 10개로 벌어졌다.
FOX스포츠가 매일 업데이트하는 양 리그 MVP에 대한 베팅 배당률을 보면 AL는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와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 간 이파전이 뚜렷하다. 이 매체가 전날까지의 성적으로 바탕으로 게재한 MVP 배당률은 저지 -200, 롤리 +150이다.
저지에 MVP를 걸면 50%, 롤리에 걸면 15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확률이 높을수록 배당률은 낮다. 이제는 두 선수의 차이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AL MVP 경쟁이 남은 시즌 최대 관전포인트라는 얘기다. 저지는 전반기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타격 성적을 올려 MVP가 확실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6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진데다 후반기 들어 팔꿈치 부상이 겹치면서 페이스가 급격하게 처졌다.
그 사이 롤리가 폭발적인 타격으로 홈런 선두로 나서더니 급기야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새롭게 세우는 경지까지 올라섰다. 올해 시애틀이 2022년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다면 그 공은 전적으로 롤리의 몫이어야 한다. MVP 자격은 저지 못지 않다.
저지로서는 롤리와 MVP 표심 차이를 벌릴 수 있어야 하는데, 팔꿈치가 아파 수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팀 공헌도를 높일 방법이 딱히 없다.
이와 관련해 ESPN은 이날 'MLB 스타들의 오버'언더 예상치'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저지와 롤리를 주요 선수로 언급했다.
우선 롤리에 대해 ESPN은 '롤리는 현재 61홈런 페이스다. 그보다 더 칠까? 덜 칠까?'를 첫 번째 주제로 삼았다
논의에 참가한 제프 파산 기자와 데이비드 쇼엔필드 기자 모두 61홈런 미만을 예상했다. 쇼엔필드 기자는 '롤리의 페이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처졌다. 당시에는 64홈런이 예상됐는데, 8월 들어서는 삼진이 많아지고 거의 매일 출전하다보니 지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저지에 대해서는 'fWAR 7.3을 기록 중인 저지의 최종 fWAR 수치는?'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호르헤 카스티요 기자는 8.7, 브랫포드 두리틀 기자는 8.9를 각각 제시했다. 두리틀 기자는 '팬그래프스가 추정한 저지의 WAR은 9.1이다. 그러나 그것은 저지가 최근 IL에 올랐고, 복귀 후 수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우익수로 복귀해 온전히 뛰지 못한다면 fWAR이 9를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날까지 fWAR은 저지와 롤리가 똑같이 7.3이었다. 저지가 소수 두 번째 자리에서 롤리에 앞서 1위를 지킨 것인데, 이제는 두 선수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저지는 올시즌 fWAR에서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지난 7월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열흘 간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음에도 1위를 지켰다. 전반기 활약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다. 여름에 모아둔 먹거리가 많으니 겨울에도 굶을 걱정이 없는 격이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롤리가 거세가 추격하고 나섰다. 롤리가 역전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