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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저주인가? 장난스럽게 얘기했지만…" 22년만에 찾아온 초장기 연패의 아픔, 나균안이 되새긴 기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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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데이비슨의)저주? 처음엔 장난이었는데, 연패가 하도 길어지니까…"

파릇파릇하던 시기가 있었다. 포지션을 포수에서 투수로 바꾸면서, 다시 신인마냥 어리둥절했던 때도 있었다.

더이상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은 어느덧 선발의 한 축을 책임지는 간판 투수이자, 올해 27세의 나이로 팀내 분위기를 이끄는 중견의 위치에 섰다.

나균안은 26일 부산 KT 위즈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며 올시즌 자신의 3승째를 올렸다. 특히 '괴물' 안현민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4사구 없이 산발 5안타, 삼진 7개로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6월 19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68일만에 맛본 승리다. 자신의 평균자책점도 3점대(3.97)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나균안의 머릿속은 오로지 '팀 퍼스트'였다.

경기 후 만난 나균안은 "연패가 너무 길다보니 선수들도 좀 위축됐던게 사실이다. 팬들께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다보니 오늘 승리 후 감정에 푹 젖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사실 연패를 끊고 첫 경기다보니 조금 부담이 됐다. 연패가 워낙 길었다보니까 오늘은 반드시 이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경기 시작한 뒤로는 그래도 피칭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개인 성적은 지금 아무 생각 없다. 내가 뭘 잘했다 좋았다 이런 것보다는 우리 팀이 계속 이기는게 중요하다."

올해 나균안은 한단계 더 진화했다. 빗맞은 안타나 수비 실책이 나와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장착했다. 나균안은 "어린 투수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한다. 야수들은 매일 경기를 나가니까 우리보다 훨씬 힘들다. 또 실책이 나오면 야수들 본인 성적 아닌가. 놓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실수가 나왔을 때 투수들이 인상을 쓰거나 하면 수비수도 힘이 쭉 빠진다. 내가 포수를 해봐서 잘 안다. 더 자신있게 파이팅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12연패를 거치면서 롯데 선수단은 더욱 단단하게 뭉치고자 노력했다.

"(김)원중이 형을 필두로 해서 항상 시합 전에 '수비를 믿고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안타 맞고 홈런 맞는 거야 어쩌겠나. 언제나 자신있게 타자와 싸우는 것만이 투수의 할 일이다."

후반기 들어 나균안의 볼넷은 한층 더 줄어들고, 투구 템포는 더 빨라졌다. 나균안은 "길어지면 야수들이 힘들다. 최대한 빠른 승부를 하려고 노력중"이라며 웃었다.

투수 전향 초창기에는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두루 쓰는 기교파 투수에 가까웠다. 투수가 본격화된 뒤론 직구 최고 구속도 150㎞까지 올라왔고, 그러다보니 포크볼을 한층 더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여기에 이날은 묵직한 커브까지 더해졌다. 나균안은 "감독님과 (유)강남이형의 조언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구종을 다양하게 던진다고 좋은 게 아니다. 하나라도 확실하게 잘 던지는게 중요하다. 초반엔 구속도 빠르지 않아서 손장난을 많이 쳤는데, 이젠 공에 힘이 붙다보니까 포크볼에 집중하게 됐다."

어찌 보면 미신에 남달리 집중하는게 또 스포츠 선수들이다. 이른바 '데이비슨의 저주'에 대해 모를리 없다. 나균안은 "우리끼리 장난삼아 얘기하면서도 진짜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연패가 너무 길어지다보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벨라스케즈는 항상 먼저 다가오는 스타일이다. 확실히 경험 많은 선수라는게 느껴지고, 팀에 도움이 많이 된다. 진지하고 예민하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