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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똑같이 할 것" 사과하다 황당 실점, 역전패 원흉 될 수도 있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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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또 똑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트 터치는 팀에 많이 미안하다."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김규민은 매너를 지키다 하마터면 역전패의 원흉이 될 뻔했다. 다행히 대한항공이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5연승을 질주, 1위를 탈환하면서 김규민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

대한항공은 16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2(26-24, 22-25, 22-25, 25-21, 15-7)로 역전승했다. 대한항공은 승점 2점을 확보, 시즌 성적 6승1패 승점 17점을 기록했다.

3세트에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대한항공이 20-19로 앞선 가운데 대한항공 김규민이 속공에 성공하는 듯했다. 블로킹을 시도한 현대캐피탈 김진영의 머리를 맞고 공이 크게 튀면서 관중석 쪽으로 공이 넘어갔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쫓아갈 수 없는 공이었고, 실제로 쫓아간 선수도 없었다.

이때 김규민이 반대편 코트에 있는 김진영에게 손을 뻗어 사과를 했다. 김진영의 머리를 세게 맞힌 것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신사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현대캐피탈 측에서 공이 관중석에 완전히 떨어져 볼데드가 되기 전에 김규민이 사과하기 위해 네트 아래로 손을 뻗는 과정에서 네트 터치를 했다며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비디오판독 결과 네트 터치가 인정돼 21-19가 돼야 할 상황이 20-20으로 바뀌었다.

헤난 대한항공 감독은 심판진에 항의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명백히 쫓아갈 수 없는 공이었기에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규정은 규정이었고, 대한항공 측도 더는 항의할 수 없었다.

여기서 흐름을 뺏긴 대한항공은 3세트를 22-25로 내주면서 세트스코어 1대2로 역전됐다. 김규민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동료들이 힘을 냈다. 특히 주장 정지석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면서 4, 5세트를 내리 따낼 수 있었다.

김규민은 극적인 승리 뒤 "팀에 미안했다. 그 상황이 네트 터치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성격이 원래 조금 빨리빨리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하지 않을까. 네트 터치는 팀에 많이 미안하다. 나는 이미 공격하고 때린 입장이다 보니까 (김진영의 머리에) 맞은 것을 알아서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 것 같다. 이미 득점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고, 김규민은 팀이 이기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뛰었다. 그 과정에서 블로킹과 공격 득점을 하면 더 크게 파이팅을 하면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김규민은 "(정)지석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하더라. 이겨서 기분 좋게 이야기하지만, 졌다면 나 때문에 경기 흐름이 바뀌어서 안 좋은 상황이 왔다면 많이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점 상황을) 마음에 안 담고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생각을 안 하고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세트를 내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헤난 감독은 "(김)규민이는 엘레강스하게 상대에게 존중을 표시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행동이다. 모든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김규민은 "현대캐피탈이라는 강팀을 이겨서 기분 좋다. 우리 팀이 5연승을 하고 있는데, 팀 분위기가 좋아져서 다음 경기 그다음 경기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천안=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