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토트넘은 오른무릎 전방십자인대(ACL) 수술로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제임스 매디슨의 대체 자원으로 에베레치 에제 영입을 노렸다.
에제는 중앙은 물론 측면에도 설 수 있어 토트넘을 떠난 손흥민(LA FC)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토트넘과 에제의 소속팀인 크리스털 팰리스는 10일간 협상 끝에 에제의 이적 계약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하루 만에 계약이 뒤집혔다. 에제가 마지막으로 미켈 아르테타 감독에게 전화해 아스널행을 타진했다. 토트넘의 '북런던 라이벌'인 아스널이 에제의 '고향'이자 '꿈'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스널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인연이 아니었다. 2011년 아스널에서 방출되었을 때 "일주일 동안 울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아르테타 감독이 곧바로 움직였고, 역대급 하이재킹에 성공했다. 에제는 14년 만에 아스널로 복귀였다.
아스널은 당시 '에제가 아스널 이적을 확정했다. 우리는 그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며 '소년 시절 아스널이자, 항상 아스널뿐이었던 우리의 새로운 10번이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감격했다.
아스널의 선택이 옳았다. 에제가 토트넘에 비수를 꽂았다. 올 시즌 첫 '북런던 더비'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아스널은 2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에서 4대1로 완승했다.
에제가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북런던 더비' 역사상 네 번째 해트트릭 선수로 등극했다. 1934년 테드 드레이크(아스널), 1961년 테리 다이슨(토트넘), 1978년 앨런 선덜랜드(아스널) 이후 47년 만이다.
아스널은 전반 36분 레안드로 트로사르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에제의 골폭죽은 전반 41분 가동됐다. 페널티 아크에서 데클란 라이스의 전진 패스를 건네받은 그는 토트넘 선수 두 명을 따돌리고 볼을 골문 좌측 하단에 정확히 꽂아넣었다.
서곡이었다. 에제는 후반 1분에는 율리엔 팀버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토트넘은 후반 10분 히샬리송이 만회골을 작렬시켰지만 아스널을 뛰어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에제는 후반 31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대세를 갈랐다. 그는 6개의 슈팅 가운데 절반인 3개를 골로 만들었다. '소파스코어'는 에제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승점 29점(9승2무1패)을 기록한 아스널은 2위 첼시(승점 23)를 6점차로 따돌리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승점 18점(5승3무4패)의 토트넘은 9위로 떨어졌다.
에제는 "정말 미쳤다. 나와 내 가족에게 특별한 날이다. 전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토트넘이 어떤 전술을 펼치든 우리는 준비가 돼 있었다. 스태프들은 물론 우리 선수들의 능력과 재능에 큰 찬사를 보낸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우리는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난 4골도 넣을 수 있었다. 나는 항상 골을 넣으려고,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끈기 있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미소지었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전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건 정말 실망스럽다.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압박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낙담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