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또 다시 '여론재판'이 시작됐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이성은 없고, 일부 여론에 편승해 감성만을 좇는 '마녀사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북 현대가 다시 칼을 빼들었다. 전북은 25일 타노스 코치의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인종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판단, 출전정지 5경기와 함께 20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결정했다. 타노스 코치는 '우승 대관식'이 열린 8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주심과 충돌했다. 주심이 상대 선수의 핸드볼 파울을 즉시 선언하지 않자 과도한 항의로 경고에 이은 레드카드를 받았다.
퇴장 판정 이후 더 큰 논란이 터졌다. 타노스 코치는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동작을 했다. 주심은 경기장으로 돌아가려는 길을 멈추고 양손 검지를 눈 아래쪽에 갖다대며 '라시즘'(인종차별)이라고 전북 통역관을 통해 전달했다. 눈을 찢는 행동은 동양인의 작은 눈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슬랜트아이·slant-eye)로 여겨진다.
타노스 코치는 상벌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심판이 핸드볼 파울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두 눈을 가리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벌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벌위는 "진술서와 영상 등에 의하면 타노스 코치가 이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던 정황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행위자가 아닌 '피해자'로 지칭되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은 재심 청구를 하면서 '타노스 코치의 행동에 대해 내린 징계 결정과 그 배경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타노스 코치는 관련 상황이 일어난 직후부터 일관되게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인종차별의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명확히 밝혀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 구단 또한 경기 영상, 코치의 진술, 팀 내·외부 증언 등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확인한 바 인종차별의 의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구단은 타노스 코치와 논의한 결과 이번 사안에 대한 상벌위 결정이 사실관계와 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북은 재심 청구 입장문에서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전한다.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타노스 코치는 깊은 고민 끝에 사임 의사를 전했다'며 감정에도 불을 지폈다. 전북은 또 '타노스 코치가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기억이 쓰라린 아픔으로만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심을 위한 프로연맹 이사회는 12월 1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재심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북의 '유감'도, '마녀사냥' 여론도 수그러들 확률이 낮다.
이사회가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으르렁거릴 것이다. 결국 '제3자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타노스의 행위에 대해 상벌위와 전북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해석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역풍'을 맞고 있는 심판계의 대응은 여전히 아쉽다. '침묵이 금'이지만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의 성명 발표는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전북도 잘한 것이 없다. 원인 제공을 한 타노스 코치의 도가 지나친 항의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단 한마디의 유감 표현이 없었다. 인종차별이든, 아니든 그의 행위는 면죄부가 될 순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