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감독인 아버지가 아들을 프로 무대에 데뷔시켰다.
황인범이 몸담고 있는 네덜란드의 명문 페예노르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네덜란드 레전드 로빈 판 페르시 감독이 2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스타디온 페예노르트 더카위프에서 열린 셀틱(스코틀랜드)과의 2025~2026시즌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아들 샤킬 판 페르시를 1군 무대에 첫 출격시켰다.
샤킬은 후반 35분 교체 투입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아버지는 설명이 필요없는 전설이다. 페예노르트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4년 아스널로 이적해 세계적인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2012년에는 라이벌 맨유로 이적하며 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판 페르시 감독은 페네르바체, 페예노르트를 거쳐 2019년 현역에서 물러났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는 A매치 102경기에서 50골을 기록했다.
그는 올해 2월 '친정팀'인 페예노르트의 지휘봉을 잡았다. 2006년생인 샤킬은 아버지와 같은 포지션인 공격수로 대를 잇고 있다. 그는 맨시티 유스에서 두 시즌을 보낸 후 2017년 페에노르트로 둥지를 옮겼다.
2022년 프로 계약에 성공했고, 이날 첫 발을 내디뎠다. 샤킬은 나흘 전인 23일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네이메헌전에서 처음으로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벤치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데뷔전은 패전으로 빛이 바랬다. 페예노르트는 전반 11분 일본인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의 선제골을 리드를 잡았다. 그 흐름을 양현준이 돌려세웠다. 그는 전반 31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셀틱은 양현준에 이어 전반 43분 하타테 레오, 후반 37분 베니아민 뉘그렌의 연속골을 앞세워 3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샤킬은 1-2로 역전된 상황에서 투입됐고, 존재감은 미미했다. 단 1개의 슈팅에 그쳤다. 판 페르시 감독은 경기 후 "나는 아빠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우리에게 골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샤킬은 모든 각도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내가 그를 1군에 올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버지 입장에서 아들이 데뷔하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한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즐길 정도의 정신이 없었다. 샤킬처럼 내 일을 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부상 중인 황인범은 결장했다. UEL에서 승점 3점(1승4패)의 페예노르트는 30위에 머물렀다. 36개팀이 참가하는 UEL 리그 페이즈에선 유럽챔피언스리그(UCL)와 마찬가지로 팀당 8경기씩을 치른다. 1∼8위 팀은 16강에 직행하고, 9∼24위는 플레이오프(PO)를 통해 16강행을 가린다. 현재로선 16강 진출이 쉽지 않다.
판 페르시 감독은 "나는 샤킬을 선수 중 한 명으로만 본다. 이건 우리가 몇 년 전에 이미 함께 일할 때 합의했던 거다. 샤킬은 그 부분을 정말 잘 대처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론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서로 자랑스러워하는 즐거운 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샤킬이 자랑스럽다. 데뷔하는 모든 선수처럼, 데뷔하기 전에 온갖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열심히 노력했고, 그럴 자격이 있다. 그에게는 특별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