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에서 황당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경기 시작 10분도 안 돼 경기장 일부 조명, 전광판 등의 정전 사태로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또 심판이 주관적으로 경기를 끝내버리는 어이없는 판정 논란까지 있었다. 이런 불상사가 하필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 경기에서 벌어져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 대표 선수단은 대회 조직위에 분명한 해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고는 김선영-정영석 조가 출전한 컬링 믹스더블 첫 경기에서 일어났다. 한국 대표 김선영-정영석 조는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북부 코르티나담페초의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라운드로빈 첫 경기에서 스웨덴의 이사벨라 브라노-라스무스 브라노 조에 3-10으로 졌다.
혼성 2인조 경기인 컬링 믹스더블은 총 10개 팀이 출전해 라운드로빈으로 총 9경기씩 치러 상위 성적 4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 토너먼트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김선영-정영석 조는 올림픽 예선 대회인 퀄리피케이션 이벤트를 통해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믹스더블 자력 진출에 성공했다. 스웨덴 대표 이사벨라 브라노와 라스무스 브라노는 친남매로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조다. 라스무스는 이미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 1개, 은 1개를 딴 베테랑이다.
출발은 좋았다.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정영석이 굿샷을 보냈다.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발생했고, 모든 게 올스톱됐다.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한국은 1엔드 후공에서 1점을 먼저 뽑았지만 2엔드 2점을 내줬고, 다시 3엔드에선 2점을 따내 3-2로 앞섰다.
한국은 4엔드부터 노련한 스웨덴에 밀리기 시작했다. 4엔드에 3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5엔드엔 4점을 더 빼앗기며 3-9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 김선영-정영석 조는 6엔드에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당 한번 사용할 수 있는 '파워 플레이'를 신청했다. 파워 플레이는 후공 팀이 방어용 스톤을 정중앙이 아닌 양옆에 놓아 득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큰 점수를 얻어 반등을 노렸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스틸을 당해 1점을 내주고 말았다. 3-10으로 더 벌어졌고, 갑자기 선수들끼리 약수를 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두 엔드가 남은 상황에서 조기에 경기를 마친 것이다. 스웨덴 라스무스 브라노의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그런데 경기 후 김선영-정영석 조가 국내 방송사(JTBC)와의 인터뷰에서 주심에게 경기를 먼저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해 판정 논란을 제기했다. 마지막 두 엔드가 남은 상황이었고, 점수차는 7점이었다. 믹스더블에서 한 엔드 최대 점수는 6점까지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엔드에서 충분히 역전이 가능했다. 김선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번째는 (심판이) 실수를 한 거긴 해요. 착각하고 (심판이)끝내야 된다 말한 상황이긴 해서"고 말했다. 정영석은 "(이런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인터뷰 대로라면 선수가 먼저 경기를 그만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심판이 경기를 갑자기 끝내버린 것이다.
컬링의 경기 규칙을 살펴보면 선수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아도 심판이 경기를 종료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규정상 맞아야 한다. 먼저 팀에 할당된 시간을 모두 소진했을 경우다. 또 수학적 계산으로 역전이 불가능할 경우 끝낼 수 있다. 선수 부족이나 비신사적 행위 등이 나왔을 때도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며 끝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김선영-정영석 조의 경우 이런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경기 공식 기록지에는 '기권'으로 경기가 종료된 것으로 표기돼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심판이 경기를 끝낼 상황이 아니었다. 실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선영-정영석 조는 이날 오후 6시 5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2022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개최국 이탈리아의 스테파니아 콘스탄티니-아모스 모사네르와 2차전을 갖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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