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투수가 아닌,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프로 입단 때는 '제2의 이정후'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같은 휘문고 출신의 우투좌타 유격수. 컨택트 능력은 당시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던 이정후 못지 않다던 평가를 받았다. 체형도 영락없이 닮았고, 프로에 와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야로 전향한 것도 똑같았다.
그렇게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에서의 모습은 이정후가 아니었다. 수비야 어설플 수 있었지만, 공격에서의 기복이 너무 심했다. 분명 가진 건 좋아보이는데,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렇게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 됐다. '국민타자' 출신 이승엽 전 감독이 2025 시즌을 앞두고 김민석을 히든카드로 점찍었다. 김민석은 이 전 감독에게 "200안타도 칠 수 있다"고 당당한 공약을 밝혔다. 실제 시범경기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두산 테이블세터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또 슬럼프가 찾아왔다. 95경기 타율 2할2푼8리. 200개를 외치던 안타수는 52개에 그쳤다. 이 전 감독은 팀을 떠났고, 두산은 시즌을 9위로 마쳤다.
1년이 지난 후 두산의 호주 시드니 스프링 캠프. 김원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김민석에 대한 기대감은 작년과 똑같다. 두산은 좌익수 포지션이 전쟁터다. 김민석을 포함해 캠프에 온 선수 6명이 좌익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중이다. 현 시점 김민석이 우위를 점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어떤 지도자든 그의 컨택트 능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올해도 준비를 잘하면 시범경기부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김민석. 200안타 얘기를 꺼내자 "당연히 치고는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창한 목표를 세울 때가 아니다. 당장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김민석은 "프로 선수라면 1군에서 주전으로 뛰는 게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동료들끼리 경쟁을 의식하거나 그럴 겨를이 없다. 훈련이 쉴 새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밌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다같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은 지난해 부진에 대해 "초반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 조급해졌다. 나는 확실하게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선수다. 결과아 좋지 않으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건 라커룸이나 집에 돌아가 해야했다. 그런데 시합 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조급해졌다. 투수랑 싸워야 하는데 내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작아졌다. 연습 때는 괜찮은데 시합만 들어가면 움츠러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민석은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진짜 1군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작년 성적과 경기력이 안좋았지만, 그 속에서 많은 경험들을 했고 배울 수 있었다"며 멘탈적으로 더 강해졌다고 자부했다. 또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결국 적극성이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적극적으로 때리려 노력중이다. 또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10개면 10개 다 정타를 맞히려고 생각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수비도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은 좌익수 경쟁 동료들과의 차별점에 대해 "내 강점은 방망이다.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 그게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수비에서도 내 쪽으로 공이 갔을 때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웃이다, 안정적이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어필했다.
김민석은 마지막으로 200안타가 아닌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느냐고 묻자 "눈앞에 닥친 것부터 차근차근 헤쳐나가보겠다. 일단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야 한다. 그 다음 좌익수 선발로 나가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다치지 않고 1년 동안 1군에서 풀타임을 뛰는 게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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