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사에 대표적인 '먹튀'로 기록될 선수가 이번 시즌에도 부상자 명단(IL)서 페넌트레이스를 맞게 됐다.
한때 파워풀한 타격과 정교한 선구안으로 수준높은 'OPS형 타자'로 각광받던 크리스 브라이언트다. 브라이언트는 2015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해 2021년 7월 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7년 동안 슬래시라인 0.279/0.378/0.508, OPS 0.886을 마크했다. 160홈런에 465타점, 564득점, 420볼넷, 862삼진을 기록하며 OPS+ 133, 누적 bWAR 28.0을 기록했다.
2021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51경기에서 OPS 0.788로 다소 주춤했지만, 그해 말 FA가 됐을 때 그의 시장 가치는 하늘을 찔렀다. 노사단체협상 결렬로 인한 직장폐쇄(락아웃)로 2022년 3월이 돼서야 계약이 이뤄졌는데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콜로라도 로키스와 7년 1억8200만달러(2614억원)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그해 FA 시장서 1억달러 이상의 몸값을 선사받은 11명 가운데 2위의 기록.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유격수 코리 시거가 10년 3억2500만달러로 1위였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는 콜로라도에서 제대로 시즌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팀의 648경기 중 170경기를 뛰어 출전율이 26.2%에 불과했다. 즉 4경기에서 1경기 꼴로 뛰어났다는 얘기다.
매년 부상에 시달렸다. 운동장보다 병원이나 트레이닝룸에 있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계약 첫 시즌인 2022년 15경기를 뛴 뒤 허리 통증이 도져 IL에 등재됐다. 3주 뒤 복귀했지만 2경기를 뛰고 허리 부상이 재발해 치료와 재활로 한 달을 보낸 뒤 6월 하순 돌아왔고, 한 달 뒤 왼발 부상을 입어 다시 IL에 올라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개막 후 IL에만 3번 오르내렸다.
2023년 정상적으로 시즌을 맞은 브라이언트는 5월 말 왼발 뒷꿈치 염증 진단을 받고 IL에 올라 한 달간 머물다 6월 말 복귀했으나, 7월 말 왼손 검지 골절을 당해 또 2개월을 쉬었다. 그해 80경기에서 타율 0.233, 10홈런, 31타점, OPS 0.680을 마크했는데, 그나마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이 출전한 시즌이었다.
2024년에는 4월 허리, 6월 왼쪽 갈비뼈, 8월 다시 허리를 다쳐 세 번 IL에 등재되는 바람에 37경기만 소화했다. 2025년에는 모처럼 개막전을 동료들과 함께 뛰면서 11경기를 출전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부상이 찾아왔다. 요추 퇴행성 추간판 질환(Lumbar degenerative disc disease) 진단을 받고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2025년 4월 13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이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다.
새해 들어서도 허리 상태는 좋지 않다.
ESPN은 12일 '콜로라도가 어제 브라이언트를 60일 IL에 등재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고작 48경기 밖에 못 뛴 브라이언트가 요추 퇴행성 추간판 질환에 계속해서 시달리고 있다. 그는 작년 지명타자로 11경기에 출전해 1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며 '손가락, 발뒷꿈치, 허리, 발, 갈비뼈 등 일련의 부상을 겪은 브라이언트는 작년 5월 등에서 뇌로 전달되는 통증 신호를 차단하기 위한 절제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ESPN은 그의 복귀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매체 MLB.com은 '브라이언트는 다양한 치료와 시술을 받고 있다. 지금 단계는 야구 활동보다는 단기 건강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인처럼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콜로라도와 브라이언트가 맺은 7년 계약 중 3년 8100만달러가 남았다. 콜로라도는 지난해 43승119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로 추락했다. 1900년 이후로는 세 번째 최다패 기록이었다.
콜로라도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한 것은 2018년인데, 2019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NL 서부지구 4~5위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브라이언트 통장으로 매년 수 천만달러가 샌다고 보면 된다.
지역 매체 덴버 포스트는 12일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로키스를 위해 다시 뛸 수는 없을 것이다. 아픈 허리가 그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로키스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거액의 계약을 한 뒤 매년 부상에 시달리다 결국 유니폼을 벗은 최근 사례로 LA 에인절스 앤서니 랜든, 워싱턴 내셔널스 시티븐 스트라스버그가 꼽힌다. 여기에 브라이언트가 합류할 수도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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