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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스토리]'죽음의 공포' 이겨낸 '천재 아닌 오뚝이' 최가온, '우상' 넘어 쓴 '리비뇨의 기적'...한국 스키 100년 역사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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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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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일곱살, 최가온은 스노보드 마니아인 아빠의 손을 잡고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 원래 스키를 먼저 탔는데, 스노보드가 훨씬 재밌었다. 그 '재미'가 운명을 바꿨다. 1년 뒤 하프파이프를 처음 탄 최가온은 선수가 될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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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의 선수, 최가온은 2016년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성적은 주니어부 3위. 사실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타는 게 좋았다. 다쳐도 상관없었다. 즐기면서 스노보드를 탄 최가온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3월 국제스키연맹(FIS) 파크 앤드 파이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을 차지했고, 5월 국가대표로 선발돼 차세대 유망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최가온이 세상에 이름 석자를 알린 것은 2023년 3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X게임'이었다. X게임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이 주관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다. 동계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한국계' 클로이 김(미국)이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탄생했다.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초청받았다. 최가온은 첫 출전에 금메달이라는 '대형 사고'를 쳤다. 그것도 클로이 김이 갖고 있는 최연소 우승(14세3개월)까지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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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2월엔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달성하며 일찌감치 '월드 클래스' 반열에 들었다. 굵직한 대회에서 정상에 우뚝 서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올댓스포츠
2024년 1월,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나선 최가온은 변함없이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결선을 앞두고 가진 연습 레이스에서 허리를 다쳤다. 커리어 첫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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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에 오른 최가온은 1년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토록 좋아했던 스노보드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그의 복귀전이 열린 장소 역시 락스였다. 최가온은 동메달을 수확했다. 다시금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 최가온은 마침내 트라우마를 완전히 씻었다.

2025~2026시즌 최가온은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출전한 월드컵에서 모조리 정상에 오르는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월드컵 랭킹 1위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월드컵에서는 '우상'이자 '지존' 클로이 김과의 대결에서 마침내 승리한며 '클로이 김 징크스'를 넘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부상이라는 아픔을 준 락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부상 트라우마'마저 깨끗이 씻었다. '올림픽 장애물'을 차례로 격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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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은 대회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의 라이벌은 이번에도 클로이 김이었다. 예선에서 희비가 갈렸다. 최가온은 82.25점을 받았다. 전체 24명 중 6위를 차지하며, 상위 12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물론 기량을 100% 보여주지는 않았다. 장기인 스위치백사이드나인과 이번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스위치백텐을 구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가온은 최근 대회마다 모두 90점을 넘었기에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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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클로이 김은 펄펄 날았다. 어깨 부상으로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클로이 김은 올림픽 본무대가 시작되자, 전성기 기량을 선보였다. 첫 시기부터 전력 투구하며 90.25점을 받았다. 클로이 김은 백사이드세븐, 프런트사이드나인 등을 성공시켰다. 클로이 김은 자신의 점수를 보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13일 (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눈이 펑펑 내렸다. 미끄러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7번째로 연기를 펼친 최가온은 힘차게 출발했다. 스위치백나인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최가온은 캡텐을 시도하다 걸려 넘어졌다. 한동안 쓰러져 있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일어나 스스로 파이프를 내려왔다. 10.00점에 머물렀다. 첫 점프부터 워낙 좋았던만큼, 아쉬운 결과였다.

반면 클로이 김은 88.00점을 받았다. 환호하며 자신의 연기에 만족감을 표시한 클로이 김은 1위로 올라섰다. NFL 선수이자 남자 친구인 마일스 개럿과 포옹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최가온은 다행히 2차 시기에 나섰다. 당초만 하더라도 'DNS(스타트 하지 않음)'이 떴지만, 최가온은 투혼을 발휘하며 경기에 출전했다. 충격이 남아 있는 듯 했다. 최가온은 스위치백사이드나인을 시도하다 넘어졌다. 결국 1차 시기의 점수를 넘지 못하며 10.00점에 머물렀다. 순위는 11위까지 추락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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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시기만을 남겨뒀다. 하프파이프는 합계가 아닌 3번의 시기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최가온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최가온은 결연했다. 앞에 두 번의 시기는 상관없었다. 최가온은 스위치백나인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캡세븐에 이어 프런트나인, 백나인, 백세븐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최가온은 연기 후 눈물을 흘리며 점수를 지켜봤다. 점수는 무려 90.25점이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프랑스 심판의 91점과 최하점을 매긴 슬로베니아 심판의 90점을 뺀 점수였다. 한국 관계자들 사이에 환호가 쏟아졌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가운데 만들어낸 기적의 런이었다.

마지막 주자는 클로이 김. 최가온의 연기에 부담을 느꼈을까. 결국 세번째 점프에서 넘어졌다. 최가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대한민국의 이번 대회 첫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최가온은 시상대에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애국가가 울리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한국 스키 100년 역사를 바꾼 쾌거기도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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