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산책 수비'에 퇴출 위기였는데...'기적의 슈퍼캐치' 두산, 어디서 이런 복덩이를 데려왔나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SG의 경기. 3회 도루를 성공시킨 두산 카메론.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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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본능?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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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9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대4로 이겼다.

중요한 경기였다. 8일 SSG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잡힐 것 같던 5할 승률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자신들은 에이스 곽빈을 내세우고, 상대는 사실상 임시 선발인 대체 외국인 선수 긴지로가 나오는 날이었다. 이 경기마저 무너지면 연패 흐름을 탈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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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리그에서만 뛰어본 상대 긴지로가 사실상 자멸하며 3회까지 손쉽게 6점을 얻었다. 쉽게 이길 듯 했다. 문제는 곽빈이었다. 마치 긴지로에게 전염이 된 듯, 2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하다 3회 선두 9번 최준우 상대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등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실점을 했다.

6-2 두산이 리드하든 5회. 곽빈이 또 롤러코스터 투구를 했다. 주자 2명이 깔려있는 상황 SSG 오태곤이 곽빈의 빠른 공을 완벽한 타이밍에 밀어쳤다. 외야수가 잡지 못하면 무조건 2타점 2루타. 스코어가 6-4가 되면 경기가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었다. 이미 SSG가 긴지로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한 상황이었기에, 두산이 유리하다고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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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순간 야생마같은 선수가 잠실 외야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낙구 지점을 포착하고 뛴다기 보다, 일단 뛰고 보자는 느낌으로 전력을 다해 공을 쫓았다.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5회말 1사 1,3루 카메론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질주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6.04.29/

외야수들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 자신의 머리를 넘어가는 타구를 처리하는 거라고 한다. 멀쩡히 서서도 머리 넘어가는 타구는 잡기 힘들다. 그런데 두산 카메론은 머리 위로, 그것도 직선타 궤적으로 날아가다 떨어지던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믿기 힘든 슈퍼 캐치. 자신의 흔들리는 투구 밸런스에 표정이 좋지 않던 곽빈을 환하게 웃게 만든 엄청난 수비. 또 두산을 살린 수비이기도 했다. 이 수비 덕에 SSG는 추격 동력을 상실했고, 결국 두산이 추가점을 내며 경기를 쉽게 풀었다. 안타임을 확신하던 오태곤은 오랜 시간 외야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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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복덩이다. 시즌 초반 부진할 때는 교체 얘기도 스멀스멀 나왔는데,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카메론이 공-수 모두에서 두산을 이끌고 있다. 이날 수비 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멀티히트를 치며 맹활약했다. 극도의 부진으로 첫 선발 결장을 한 양의지를 대신해 4번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도루도 하고 전천후.

수비도 시즌 초반 '산책 수비' 논란이 있었는데, 나는 절대 그런 선수가 아니라는 듯 이날 환상적인 수비로 두산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 두산 박준순, 카메론이 수비를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4.28/

카메론은 "(오태곤의) 강한 타구가 머리 위로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빨리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을 던졌다. 마지막에 글러브에 공이 들어간 걸 보고 안심했다. 곽빈과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서로 안도하며 웃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5툴 플레이어로 강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야구를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카메론. 하지만 이 수비 뒤엔 연습도 있었다. 카메론은 "무엇보다 경기 전 연습이 중요하다. 코치님들과 머리 뒤로 넘어가는 공을 잡는 연습과, 공을 따라가는 연습을 매일 했다. 그 결과 오늘처럼 좋은 수비가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카메론은 마짐가으로 "팀에도 KBO리그에도 완벽하게 적응을 마쳤다. 두산 선수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재밌는 친구들이다. 앞으로도 선수들과 힘을 합쳐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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