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욕먹는 스카우트 세계? 돋보이는 LG의 투자

최종수정 2013-07-30 11:29


당장 성공과 실패를 알 수 없는 세계, 하지만 투자는 분명 필요하다. 좋은 자원을 데려오는 '스카우트'들의 얘기다.

'제6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스포츠조선 조선일보 대한야구협회 주최)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한창이다. 청룡기 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이나 잠실구장은 10개 구단 스카우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다음달 26일로 예정된 2014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옥석을 가리는 막바지 작업중이다.

사실 팬들에게 프로야구 스카우트팀 체계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년 365일 전국을 돌면서 꾸준히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해 가는 이들은 프로야구에 없어서는 안 될 이들이다.

하지만 현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결과는 결국 현장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이나 코칭스태프에 공이 돌아갈 때가 많다. 게다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힘들다. 요즘 웬만한 선수가 1군에 자리잡는 데는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5~6년까지 걸린다. 과거에 비해 즉각적으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엔 1군의 벽이 높아지면서 더욱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위 라운드에 뽑았음에도 몇 해가 지나도 1군에 얼굴을 못 비추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마다 스카우트들은 답답하다. 좋은 자원이라고 뽑았는데, 현장에서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2군에서도 '저 선수는 별로'라며 기용하지 않는 일도 있다. 재능이 있어도 현장에서 기용하지 않는다면, 그 선수는 '나쁜 선수'가 돼버린다. 이처럼 코칭스태프와 궁합이 안 맞는 선수들은 스스로 도태된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한 끗 차이'다.

그래도 몇 년이 지나서라도 자신이 뽑은 선수들이 '터지는' 경우가 생기면, 그만한 보람이 없다.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뒤늦게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들은 1년 내내 선수를 본다. 당장 프로 입단을 앞둔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반만 보는 게 아니다. 1학년 때부터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아간다. 전국 각지를 도는 건 당연하다.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열린 2013 신인드래프트 때 지명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 스포츠조선DB

이런 면에서 LG 스카우트팀은 타구단 스카우트들에게 부러움을 산다. LG는 지난 2011년부터 총 7명의 스카우트를 데리고 있다. 구단 정직원 5명에 계약직 2명이다. 계약직 2명은 영남과 호남을 전담한다. 지역 내 재택근무다.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LG가 보유한 7명의 스카우트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수년간 실패를 거듭해 온 LG가 스카우트의 중요성을 느낀 결과일 것이다. 물론 여전히 단 2명의 스카우트로 문제 없이 선수를 선발하는 구단도 있다. 그래도 LG는 인원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이 못 가는 경기까지 가게 되고,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2011년부터 고교야구는 주말리그제로 바뀌었다. 전국대회가 축소되고, 주말마다 권역별로 예선전을 펼친다. 스카우트팀 인원이 적은 구단은 취사선택해서 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좋은 선수를 놓치는 일도 생긴다.

LG는 올해 부활한 연고지 1차지명에서 서울이 아닌 제주고의 좌완투수 임지섭을 지명했다. 서울 세 팀(LG 두산 넥센)이 추첨을 통해 연고권이 불분명한 고교 중 제주고를 선택하게 됐고, 가장 먼저 선택권을 가진 LG는 당당히 임지섭을 선택했다.

올해 임지섭은 분명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주말리그 전·후반기 11경기서 49이닝 동안 탈삼진 91개를 잡아내며 평균자책점 0.55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른 구단 에이스에 비해 투구이닝은 적었다. 콜드게임 승리도 많았고, 제주고 성낙수 감독이 투구수 관리도 시켜줬다.

결국 실질적인 임지섭의 쇼케이스는 지난 5월 창원에서 열린 전반기 왕중왕전이었다. 임지섭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시점이었다. 반면 LG는 일찌감치부터 제주도까지 내려가 임지섭을 관찰해왔다. 게다가 주말리그 전경기를 지켜보면서 타구단에 비해 볼 기회가 많았다.

제주고는 1회전에서 상원고와 맞붙었다. 상원고엔 전반기 때 고교야구 최다 탈삼진(26개)을 기록했던 이수민(삼성 지명)이 있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본 임지섭과 함께 수많은 구단 스카우트들의 눈이 집중됐다.

임지섭은 이수민과 맞대결을 의식했는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공을 던졌다. 이수민 못지 않은 탈삼진 능력을 갖고 있었기에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임지섭은 6⅔이닝 3실점에 탈삼진 7개를 기록했지만, 이수민의 9이닝 150구 1실점 역투에 밀려 패전투수가 됐다.


제주고 좌완투수 임지섭. 사진=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pen@chosun.com
이날 경기로 임지섭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해졌다. "최고 수준은 아니다"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 1경기로 평가가 엇갈리는 게 아마추어 야구다. 이전 모습을 보지 못한 다른 구단은 '보완할 점이 많은 투수'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LG는 후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임지섭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임지섭은 다음 경기였던, 용마고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해 승리를 챙겼다. 12탈삼진에 8타자 연속 삼진까지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임지섭의 피칭을 지켜본 스카우트는 LG를 포함해 단 2명이었다.

이날 LG 스카우트는 달라진 투구폼에 주목했다. 기존엔 힘에 의존하면서 고개가 들리고 몸이 지나치게 뒤로 젖혀졌지만, 투구폼이 보다 깔끔해졌다. 구속도 상승해 140㎞대 후반을 안정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임지섭의 평소 생활이나 성격에도 주목했다. 스카우트들은 경기 시작 1~2시간 전부터 그라운드에 나온다. 훈련 자세를 보기 위함이다. 훈련 태도만 봐도 될성부를 떡잎은 보인다고 한다. LG는 제주도도 수차례 찾아 임지섭의 평소 모습까지 관찰했다. 자신의 공이 성에 안 차면 혼자 새벽까지 섀도피칭을 하는 모습이나, 3학년임에도 훈련 때 가장 먼저 나와 운동장 정리를 하는 모습도 봤다. 재능이 있는 선수들 중 좀처럼 찾기 힘든 성실함과 착한 심성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LG도 수년간의 실패 끝에 스카우트팀을 대폭 확충했다.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또 다른 곳이다. 가능성이 보인다고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단 2명의 스카우트를 보유한 구단이 뽑은 선수가 LG가 선택한 선수보다 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LG 스카우트들도 이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인력이 가장 많은 LG에서 더 좋은 선수가 나와야 구단에서 스카우트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임지섭이 9이닝 동안 18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완투승을 거둔 29일, 목동구장에선 스카우트들의 볼멘소리가 자주 나왔다. 하지만 이윽고 'LG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각 구단이 스카우트팀에 대한 시선을 바꾸길 원하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투자일지 몰라도, 수년 뒤 결과물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해 열린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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