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원흉 지목 좁은 스트라이크존, 변화 조짐?

기사입력 2014-06-25 11:52



사례1. 6월 24일 잠실구장. 5회말 LG 트윈스 이병규가 풀카운트 상황서 바깥쪽 높은 공에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간다. 9회초 NC 다이노스 공격에서도 박민우가 몸쪽 꽉 찬 공에 스탠징 삼진을 당했는데 본인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사례2. 6월 24일 대전구장. 2회초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이 볼카운트 1B1S 상황서 투수의 바깥쪽 공을 흘려보냈다. TV 중계에 나오는 스트라이크 존 표시에도 훨씬 빠진 공. 하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자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2회말 한화 이글스 공격에서도 이용규가 바깥쪽 공 스트라이크 판정에 조금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스트라이크존에 변화 조짐이 보이는 것일까.

2014 프로야구 화두는 극단적인 타고투저다. 3할을 넘게 쳐도 명함도 못내민다. 매일 얻어맞는 투수들은 죽을 맛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타고투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지적한다. 심판들이 오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나치게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형성하고, 투수들은 던질 곳이 없어 결국 가운데로 밀어넣다 안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주 어처구니 없는 지적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존은 심판 고유의 권한이라고 한다. 심판들마다 각각 존이 조금씩 다르다. 당연히 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투수들 사이에서는 소위 말해 '넓은 존'으로 유명했던 심판들까지 예년에 잡아주던 코스를 잡아주지 않는 지경에 이르자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요인은 오심 논란 때문이었다. TV 중계 화면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화면을 몇 번이고 보여준다. 중요한 순간 스트라이크, 볼 판정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는 일들이 연속됐다. 심판도 사람이다. 차라리 '정말 정확한 것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판정을 하면 일단 자신에게는 편한 일이 된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는다고 해도 정신적 위축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소극적인 판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심 논란에서 벗어나니 이번에는 야구를 망하게 한다는 타고투저의 원흉으로 심판들이 지목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힘든 상황이 됐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말 3연전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각 경기장 판정을 봤을 때, 육안으로 봐도 스트라이크존에 여유가 생겼다.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 먼저 코너워크가 된 공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타자들이 많았다. 지금의 타고투저 시대 타자들의 타격감이라면 때리지 못할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몸에서는 '이 공은 볼이야'라고 반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개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TV 중계에 나오는 스트라이크존 표시 화면에서도 존에서 빠진 몸쪽, 바깥쪽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이전에는 스트라이크 존 네모 안에 들어와도 심판들의 손이 잘 올라가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다. 타자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먹고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타석에서 받는 압박감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범타의 확률이 높아진다. 1B1S 상황서 2B1S이 되느냐, 1B2S 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확률의 경기라는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점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선수들이다. 0.1m의 오차도 알 수 있는 선수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주말 대전에서 경기를 치렀던 LG의 한 타자는 "확실히 존이 넓어진 느낌이었다"며 "몇 경기를 더 치러봐야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당장은 적극적으로 쳐야할 것 같다"고 했다. 한 투수는 "주말 3연전 모처럼 만에 나온 투수전들을 놓고 얘기가 많았는데, 결국 투수들이 스트라이크존에 편안함을 느낀 결과"라고 설명했다.

창원에서 경기를 하고 온 삼성의 한 타자는 "좌우로 확실히 넓어졌다고 느꼈다. 물론, 심판 고유의 권한이니 거기에 맞춰 따른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도 "타석 뿐 아니라 수비를 하면서 봐도 좌우로 조금 더 봐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시즌 중 스트라이크존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이에 대한 심판들의 협의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심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사항은 딱 하나다. '스트라이크를 절대 놓치지 말라'이다"라고 설명했다. 도 위원장은 "우리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지적에 대해 잘 새겨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은 심판 고유의 권한이다. 하지만 경기가 타자, 투수 중 너무 한쪽으로만 유리하게 흐를 수 있는 판정은 좋지 않다. 한 투수는 "현장에서는 암묵적으로 '마무리 존'이라는게 있었다. 마무리 투수가 올라오면 경기 흐름상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더 넓게 잡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마저도 완전히 없어졌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달라는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의 묘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지난 몇 경기의 판정은 타자와 투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뀔 조짐을 보였다. 심판들도 차분하게 자신들의 중심을 잡고 판정하면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스트라이크존에도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존의 넓고 좁음이 아니라 양팀에 똑같이 적용되는 판정, 그리고 자신감 있는 판정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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