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무사 1,2루 삼성 나바로가 좌중월 3점홈런을 치고 들어오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1.11/
한 마디로 '대반전 드라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나바로가 팀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이끌고 MVP를 차지했다. 나바로는 기자단 투표 결과 총 73표 중 32표를 획득, 25표에 그친 최형우를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나바로는 한시즌 동안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변신하며 '코리안 드림'을 완벽하게 실현했다.
나바로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팀이 4-1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6회초 승리의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9-1로 크게 앞서던 7회, 9회 각각 1타점 자축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5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3-2로 앞서던 삼성은 나바로의 활약 덕에 6차전 승리를 거두며 통합 4연패 기적을 이뤄냈다.
6차전 뿐 아니다. 한국시리즈 삼성의 1번 타자로서 완벽한 활약을 했다. 4번 타자같은 1번 타자로 삼성 타선의 무게감을 업그레이드 했다. 나바로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때려낸 홈런이 무려 4개. 홈런들은 영양가가 넘쳤다. 1차전은 0-2로 뒤지던 3회 추격의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고, 2차전에는 2회 경기 초반 승기를 가져오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6차전 홈런은 두 말 할 필요 없는 최고의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 통틀어 24타수 8안타(3할3푼3리). 8안타중 4개가 홈런이었다. 타점은 10개, 득점은 8개. 테이블세터로서, 그리고 득점이 필요할 때는 해결사로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사실 정규시즌 활약을 봤을 때, 한국시리즈 활약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부동의 1번 타자로 타율 3할8리, 31홈런, 98타점, 118득점, 25도루를 기록했다. 출루율 4할1푼7리, 장타율 5할5훈2리를 기록하며 4번 타자같은 1번 타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사실 나바로 입장에서는 순탄치 않았던 한국 무대 데뷔였다. 나바로는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스캇(SK) 칸투(두산) 테임즈(NC) 등 이름값 있는 대형 거포들과 비교하면 덥수룩한 수염만 눈에 띄었던 나바로는 초라한 선수였다. 얼마나 존재감이 없었으면 외국인 타자를 뽑아놓고 2루수로 쓸지, 중견수로 쓸지 고민을 할 정도였다. 타순도 잘해야 2번 또는 6번 후보였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실전 경기에서 계속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류중일 감독의 한숨만 늘어갔다.
하지만 나바로는 그야말로 삼성의 복덩이였다. 우승후보 삼성은 시즌 초 1번 타자로 낙점했던 정형식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해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류 감독은 박한이, 김상수 등을 교대로 1번에 투입했지만 재미를 못봤다. 결국 마지막 선택이 힘있고, 스피도도 갖췄던 나바로였다. 개막 1달 후인 4월 말부터 나바로를 1번에 고정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나바로가 1번 타순에 배치된 순간부터 삼성의 반등이 시작됐다. 나바로 개인도 새 역할에 신이 났는지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선보였다. 사실, 거포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렇지 원채 힘이 좋아 질좋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바로였다. 비거리는 줄어도, 컨택트 능력이 동반되기에 구장 규모들이 전체적으로 작은 한국야구에 오히려 딱 맞는 외국인 타자일 수 있었다.
평소 낙천적이고, 야구 외에 다른 일에는 관심도 없는 성격이 한국시리즈에서 빛을 발했다. 통합 4연패의 부담감을 떠안은 국내 선수들이 시리즈 초반 얼어있는 사이, 나바로는 편안하게 방망이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