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3)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금 가파른 비탈길을 뛰어올라가고 있다. 정규시즌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준비할 게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시간은 부족하다. 이런 판단을 내린 김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강하게 이끌었다. 그 결과 다른 9개 구단에 비해 상당히 페이스가 빠르다. 비록 6이닝 약식으로 치러지긴 해도 벌써 5번이나 자체 홍백전을 치렀다.
한화 이글스가 일본 고치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26일 오후 고치의 시영구장의 실내연습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선수들이 타구를 날리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하루종일 내린 비로 인해 실내에서 진행됐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6/
그냥 훈련을 하는 것과 적은 이닝이라도 게임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기본 체력 훈련 단계와 수비 및 타격 기술 훈련, 그리고 불펜 피칭이 어느 정도 단계 이상에 올라와야만 경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에는 스프링캠프 시작 후 3주 이상 지나야 자체 게임을 소화하고, 한달이 넘어야 제2차 캠프지로 이동해 연습경기를 한다.
이런 패턴에 비춰보면 한화의 페이스는 대단히 빠르다. 다른 팀에 비해 최소 2주 정도는 선수들이 몸을 일찍 만든 셈이다. 김 감독은 이런 선수들의 세부적인 기량을 연습경기를 통해 가다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일까지 벌써 5번의 연습경기를 했다. 김 감독은 "투타에 걸쳐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5번의 홍백전을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5차례의 한화 홍백전의 결과를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캡틴'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김태균은 지난 5번의 자체 홍백전에서 단 한 차례도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다. 김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꽤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무슨 일일까.
한화 이글스가 일본 고치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2015 스프링캠프를 펼치고 있다. 24일 오후 고치의 시영구장에서 김태균과 김회성이 김성근 감독이 직접 치는 펑고를 받으며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후 2월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24/
"태균이? 뭐 별일 아니야. 이제 곧 나온다. 조금 쉬게 해줬어." 우려와는 달리 김 감독은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사전에 '대충'이란건 없다. 김태균을 지난 5번의 홍백전에 내보내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현재 김태균의 몸상태는 100%가 아니다.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겼다. 지난해 말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현재 고치 스프링캠프까지. 가슴속에 '주장'의 책임감을 품고 열심히 내달려 온 후유증이다. '부상'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훈련도 소화못할 정도의 부상이었다면 당장 오키나와 재활캠프행을 통보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 정도로 상태가 나쁜 건 아니었다. 약간의 조절만 해주면 금세 회복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김 감독은 '배려'를 택했다. 자체 홍백전에서 잠시 빼준 것이다. 김태균 외에도 투수 권 혁과 임경완 등도 마찬가지다. 홍백전 투입시기를 뒤로 미뤘다.
베테랑에 대한 김 감독의 배려다. 사실 현재 치르는 한화의 홍백전은 '경기'라기 보다는 '테스트'에 가깝다. 실전 상황 속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기존의 주전들도 함께 투입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 그러나 검증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김태균은 이미 그런 대상이다.
김 감독은 한화에 부임하며 일찌감치 김태균의 역할에 주목했다. 강한 훈련을 시켰다. 또 거센 질책을 통해 정신 재무장도 촉구했다. 김태균은 이걸 다 받아들였다. 고치 캠프에서 김 감독은 "이렇게 (재능이) 좋은 선수였나 싶었다"며 김태균의 재능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다. 일찌감치 30홈런 이상을 날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런 선수에게 테스트는 무의미하다. 김태균이 홍백전에 아직까지 나서지 않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