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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태균이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15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 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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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팀의 '캡틴'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외적으로는 팀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팀 컬러를 대변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또 내부적으로는 선수들을 하나로 이끌어 시즌 내내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역할도 해야한다. 게다가 스스로의 성적도 챙겨야 한다. 캡틴의 성적이 부진하거나 2군에 머물러 있다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캡틴의 자리는 매우 어렵다. 실력과 리더십, 성실함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이런 역할에 최적화 된 선수들이 몇 있다. '캡틴'의 타이틀을 내려놓은 지 한참 됐어도 여전히 '캡틴인 듯한' 느낌을 주곤하는 선수들. 이를테면, 삼성 라이온즈의 진갑용이나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들이 잘 할 때 팀성적도 좋았다.
한화 이글스에도 드디어 그런 강력한 존재감을 지닌 '캡틴'이 생긴 듯 하다. 지난해 말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직접 '캡틴' 타이틀을 받은 김태균(33)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체 선수단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주면서 동시에 지친 동료들을 살갑게 챙기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팀의 중심타자로서의 자각도 확실하다. 연습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현재 팀내에서 김태균만큼 주장에 적합한 인물은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리그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데다, 경력 서열에서도 딱 알맞다. 그래서 좀 더 늦은 감도 없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래서 팀에 부임하는 시점부터 일찌감치 김태균을 새 주장으로 낙점하고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원래 친화력과 리더십이 뛰어났지만, 주장이 되고 난 뒤의 김태균은 더욱 '큰 선수'로 변모했다. 지난 1월15일부터 일본 고치에서 이어진 지옥훈련 기간 중, 김태균은 늘 웃는 얼굴로 동료를 대했다. 그러다가도 야간 훈련이 끝난 뒤에는 야수진을 소집해놓고 그 날의 잘된 점과 잘못된 점에 대한 평가를 빼놓지 않았다. 잘한 면에 대해서는 박수를 유도했고, 잘 못된 점에 대해서는 엄하게 지적했다. 한화 선수들이 낯선 '김성근 식 강훈'을 지금까지 잘 버텨올 수 있던 데에는 김태균의 이런 든든한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나 김태균은 동료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다시 한번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위암 수술 후 재활 중인 팀 동료 정현석의 빠른 복귀를 기원하는 동시에 선수단의 파이팅을 바라는 의미로 '뭉치'라는 단어를 모자에 쓴 것. 동료들 역시 김태균의 뜻에 모두 함께 동참했다. 정현석의 별명이 '뭉치'인 점에 착안해 선수단에게 다시 한번 "뭉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매우 뛰어난 아이디어인데, 이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봐야한다. 오죽하면 김 감독 역시 미소를 지으며 김태균과 선수단의 움직임에 응원을 보냈을 정도다.
이런 주장의 역할 못지 않게 김태균은 중심타자로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모습이 가장 확실히 나타난 게 바로 지난 24일 야쿠르트전이다.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태균은 상대팀 에이스 나루세를 상대로 1회와 3회 연타석 안타를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나루세는 과거 2010~2011시즌 지바 롯데에서 김태균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3년-6억엔에 야쿠르트에 둥지를 튼 일본 대표 투수다. 김태균은 이런 나루세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나루세가 오히려 "예전에 비해 선구안이 크게 좋아졌다"며 놀랄 정도.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 부임하면서 김태균에게 한 가지 미션을 줬다. "3할-30홈런-100타점을 해내라"는 주문을 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4번타자이자 팀의 간판이라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뜻. 동시에 '김태균이라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다. 김태균은 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지금까지 묵묵히 방망이를 휘둘러오고 있다. 그가 흘린 땀의 양을 생각하면 목표달성이 머지 않은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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