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민의 좌익수 전향'은 한화 전력 개편의 정점이다.
지난 8일 대전구장에서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를 마친 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경기 내용과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 자세한 코멘트를 남겼다. 핵심은 "이제 해볼 만 하다"는 평가였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다져진 선수들의 기량이 이제 실전에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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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의 훈련이 열렸다.
한화 송광민(맨 왼쪽)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는 2015 전지훈련을 3월 3일까지 48일 동안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에서 실시한다.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포함해 선수 46명, 총 69명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15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 구장에서 3월 3일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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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코멘트 끝에 한 가지 성격이 다른 문장이 끼어 있었다. 경기에 나서지도 않은 한 선수에 대한 언급. 김 감독은 "송광민은 다음주부터 나간다. 좌익수로 나갈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굳이 왜 송광민에 대해, 그리고 그가 나설 포지션에 대해 언급한 것일까. 김 감독은 의미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간단한 몇 마디 속에도 팀 운용에 대한 계획이 담겨 있다.
'송광민의 좌익수 전향'에 담긴 의미는 실제로 매우 크다. 김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 후반에 이 계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송광민에게 직접 외야수 연습을 지시했다. 단순히 한 선수의 멀티포지션화라고 볼 수 만은 없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야수진의 복합적인 운용을 좀 더 원활하게 하는데 있어 반드시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다. 다시 말해 송광민이 외야수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면 한화의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이 이런 구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송광민의 몸상태 때문.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휴식과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었다. 무리하게 송구 연습을 하다간 상대가 크게 악화될 위험까지 있었다. 물론 제대로 송구를 할 수조차 없었다.
결국 송광민은 겨우내 팔꿈치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스프링캠프 참가대신 오키나와 재활캠프에 남았다. 김 감독 특유의 혹독한 지옥훈련을 소화하기에는 팔꿈치 상태가 불안했다. 다행히 2월 이후 팔꿈치 상태가 호전돼 송광민은 오키나와 캠프 막판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다. 실전에도 나왔다.
하지만 3루 수비를 맡기기에는 불안한 점이 있었다. 부상 재발의 위험성이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대비해 김회성을 육성해놓은 상황. 굳이 무리하면서 송광민을 3루수로 고정시킬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송광민을 마냥 쉬게 할 수는 없다. 그만한 타격능력을 지닌 타자가 드물다. 타격 능력은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명타자 자리는 이미 최진행의 몫이다. 여러모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 한화의 부실한 외야자원이 김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외국인 선수 나이저 모건을 중견수로 쓰려고 했는데, 기량과 자세 면에서 물음표가 찍혔다. 이용규도 완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그 밖의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력과 공격력 측면에서 다른 팀 1군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결국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 황선일 송주호 등 유망주와 김경언 송광민 등 기존 주전들을 외야에서 무한 경쟁시키는 것. 김 감독이 캠프에서 만든 팀 전력 강화의 방법이었다. 시범경기 1, 2차전에 송광민은 나오지 않으며 호흡을 골랐다. 김경언 황선일 송주호 등이 나왔는데, 특히 송주호는 수비면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에 대한 점검을 완료한 김 감독은 이제 송광민에게 눈길을 돌렸다. 송광민이 외야수로서 얼마나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공격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최종 점검이다. 그게 완성되면 한화는 좀 더 강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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