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기? 괘씸죄? 모두 아니다. '야신'의 의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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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모건과 김 감독의 '동행'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듯 하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두 번이나 2군행을 통보받았고, 시범경기 때는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아예 1군 선수단에 합류조차 못했다. 2군 경기에 나서며 가끔 홈런이나 도루를 쳤는데, 그래도 김 감독의 반응은 시원치않았다. "모건이 그렇게 중요해? 좀 더 두고 봐야한다" 정도가 김 감독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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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 나온 김 감독의 발언에서 그런 고민을 유추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대전 LG전을 마치고 "송광민이 레프트로 가야한다. 레프트 송광민-센터 이용규-라이트 김경언이 현재 외야 베스트"라는 말을 했다. 11일에는 "송광민 김경언 이용규의 송구가 모두 잘 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13일 대전 두산전을 마친 뒤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박노민은 이제 다시 포수만 한다. 조인성의 부상으로 포수가 부족한데다 송광민이 외야로 가며 틈이 사라졌다."
결국 이미 한화 외야라인에 모건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원래 김 감독은 이용규의 어깨 상태를 우려해 모건을 중견수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좌익수 김경언-중견수 모건-우익수 이용규'가 스프링캠프 초반에 구상한 외야 베스트였다. 그러나 모건의 기량이나 태도가 예상보다 좋지 않고, 이용규도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계획이 수정됐다.
송광민의 외야 전향이라는 변수도 생겼다. 송광민이 좌익수로 가면서 김회성의 활용도와 경기 후반의 다양한 선수 기용가능성이 동시에 커졌다. 지명타자 자리는 최진행에게 고정됐고, 여기에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는 김태완이 향후 경쟁자로 나설 전망이다. 어쨌든 이미 외야의 기본 운용전략은 완성됐다. 만약 모건이 나온다면 이 전략을 밑바닥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현재 한화로서는 '외야수' 모건은 별로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김 감독이 모건의 교체를 생각하는 진짜 이유가 나온다. 전력의 핵심인 정근우의 턱부상으로 인해 한화는 심각한 내야 불안 현상을 겪고 있다. 주현상 정유철 강경학 등 젊은 선수들이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아직 다른 팀 1군 베스트에 비하면 기량 차이가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트레이드를 통한 내야진 보강을 꽤 적극적으로 추진한 적도 있다. 그러나 팀간 이해관계 때문에 이 작업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현재 한화의 상황을 다각도로 따져보면 김 감독이 모건에게 관심을 끊은 진짜 이유에 근접할 수 있다. 감정적 요인과는 별도로 전략적으로 모건의 가치가 별로 없는 셈이다. 차라리 '2루와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로 교체하는 게 훨씬 팀에 이득이 된다. 향후 한화 스카우트팀도 이런 측면에서 대체 선수 리스트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