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삼성의 2015 KBO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다. 3회말 2사 1루 한화 김태균이 삼성 윤성환의 투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2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4/
위기를 또 한번 넘겼다. 한화 이글스. 그리고 김성근 감독(73).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전에 나온 빈볼로 인한 논란. 야구를 하다보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점점 과열돼 갔다.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14일 경기로 인해 금세 해결됐다. 흔들리는 듯 했던 한화는 대전 홈구장에서 막강한 천적 삼성을 맞이해 5대3으로 이겼다. 이 승리 덕분에 한화와 김 감독은 다시 정상적으로 시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14일 삼성전. 여러모로 복기해 볼 필요가 큰 경기다. 승리라는 결과 자체도 중요했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 역시 그냥 흘려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의미가 컸다. 투수진의 운용과 점수를 내는 과정에서 이전의 한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면이 나왔다. 김 감독 역시 그런 점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어떻게 이겼느냐가 중요하다. 삼성전에서는 모든 면이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았나 한다. 유먼도 잘 던져줬고, 뒤에서는 권 혁하고 특히 박정진이 잘 막아줬다. 역시 베테랑이라 그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 감독이 강조한 것은 바로 '김태균의 활약'이었다. 이날 김태균은 1-3으로 뒤지던 3회말 2사 1루에 타석에 나와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1B2S에서 들어온 몸쪽 커브를 제대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4번 타자'의 동점 홈런이 팀에 전하는 메시지와 영향력은 분명하다. 결국 한화의 역전승은 김태균의 동점 홈런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감독은 "어느 조직에나 대표가 될 만한 인물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자기 힘을 보여주면 조직이 강해지는 법이다. 김태균이 확실히 좋아졌다. 팀도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김태균은 시즌 초반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앞뒤 타선에서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한 탓이다. 이른바 '분산 효과'가 생기지 않아 상대 투수들은 김태균만 피해가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볼넷만 늘어나고 장타생산력은 계속 떨어졌다. 타석에서 참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윙 역시 무뎌졌다. 드물게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타를 의식하다보니 생긴 역효과였다.
한화 이글스 '캡틴' 김태균은 김성근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다. 인성과 실력에서 단연 팀의 대표 얼굴이다. 더불어 그의 활약에 팀의 운명이 달렸다고 믿는다. 김 감독은 그런 김태균의 홈런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지난 1월18일 일본 동부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때 김태균이 해머를 이용한 특별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고치(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1.18/
그래서 김 감독은 김태균과 함께 최근 특타에 나섰다. 흐트러진 타격폼을 교정하기 위한 시간. 그게 효과가 있었다. 이전에는 땅볼이 나오던 스윙이 드디어 뜬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것. 홈런 등의 장타는 공을 띄우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이런 설명을 했다. "타격폼을 조정하면서 원래 김태균이 갖고 있던 실력이 나온 것이다. 이전에 안맞을 때는 배트가 퍼져서 돌아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간결하고 빨리 나온다. 그러면서 공에 대한 대처능력이나 타구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 잘 떨어진 커브를 제대로 받아쳐 홈런을 만든 걸 보면 알 수 있다. 스프링캠프 때 만들었던 걸 되찾았다."
결국 김태균의 최근 장타력 향상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 원래의 실력이 나온 것이라는 뜻. 본연의 실력을 잠시 가렸던 나쁜 습관 하나만 제거하자 다시금 리그 최고타자의 본색이 나온 것이다. 사실 김 감독은 지난해말 한화에 부임한 이후 김태균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원래 SK 감독 시절부터도 김태균의 기량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했던 김 감독이다.
그래서 김태균에게 '주장'의 완장과 함께 '30홈런-100타점'의 미션까지 내줬다. 김 감독이 보기에 이건 김태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성적이라고 봤기 때문. 그렇다고 미션만 부여한 건 아니었다. 김태균이 좀 더 쉽고 확실하게 미션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고치 스프링캠프부터 1대1 특타 지도를 수차례 반복했다. 김태균이 살아나야 한화도 비상할 수 있다고 당시부터 판단했기 때문. 김 감독은 "이제 김태균은 가만 놔두면 된다. 스스로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레벨"이라면서 강력한 신뢰감을 표현했다. 장타 본능을 되찾은 김태균이라면 '30홈런-100타점' 미션은 어렵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