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9명vs이대형 9명' 당신이 감독이라면?

기사입력 2015-04-19 10:52



"한 팀이 이대호 9명, 이대형 9명입니다. 누구를 선택할거냐고요?"

재미있는 상상이다. 프로야구 한 팀 야수진 9명을 꾸린다. 그런데 한 팀은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9명이다. 다른 한 팀은 이대형(kt 위즈)가 9명이다. 이대호 9명 팀은 타력에 있어서만큼은 최고가 될 수 있다. 다만 작전 수행이 잘 안될 것이다. 반대로 이대형 9명 팀은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할 수 있다. 단, 장타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 얘기를 왜 꺼냈느냐. 어떤 야구가 현대 흐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함이다. 기자가 마음대로 예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 통합 4연패를 이끈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예시와 설명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삼성의 더 강력해진 발야구에 대한 위력을 설명하고자 함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kt와의 3연전을 치르는 류 감독은 "이대호가 9명이 있다. 그리고 이대형 9명이 있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팀을 선택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본인은 큰 고민없이 "나는 이대형 9명팀"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야구에서 스피드가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 것. 류 감독은 "아무리 잘치는 타자들로만 9명을 구성한다 해도 이길 수 없는게 야구다. 이대형과 같이 빠른 선수들이 누상에 나가면 감독들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이대호와 같은 거구의 선수들은 단타로 점수를 뽑으려면 최대 4개의 안타가 나와야 한다. 반면, 이대형쪽은 2개의 안타로도 점수가 날 수 있다. 아무리 잘치는 타자라도 4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한다고 할 때 확률, 효율성에서 류 감독의 의견이 맞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빠른 선수와 거포 선수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진 팀이다.

삼성의 발야구가 뜨겁다. 18일 경기까지 팀 28도루로 단연 리그 1위다. 23개의 NC 다이노스가 2위니 그 차이가 제법 크다. 삼성은 지난해 김상수가 53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했다. 이어 신성 박해민도 36도루를 기록했었다. 나바로의 도루도 25개나 됐다. 올해는 박해민의 페이스가 단연 좋다. 11개로 1위인데, 실패가 없다. 김상수도 7도루로 건재하다. 여기에 신예 구자욱(3도루)과 박찬도(2도루)까지 가세했다. 두 사람 모두 기록이 아주 뛰언지는 않지만,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한다. 틈만 나면 뛰려고 하는 자체가 상대 배터리에 압박을 준다.

17일 kt전에서 발야구의 위력이 제대로 드러났다. 쉬지 않고 뛰니 kt 배터리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특히, 경기 초반이었던 2회 구자욱과 김상수의 도루가 곧바로 점수로 연결된 것이 가장 큰 승인이었다. 삼성 선수들이 도루에 강한 이유는 벌써 널리 알려졌다. 선수들이 빠르고 재치있는 점도 있지만, 김평호 1루 베이스 코치의 지도력이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류 감독은 "만약, 경쟁중인 두 선수의 실력이 거의 비슷하다면 감독은 무조건 빠른 선수를 쓴다"라며 스피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스피드는 단순히 도루와 주루플레이에서 뿐 아니라 수비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삼성 야구에서 박해민, 구자욱, 박찬도 등 빠른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게 그 근거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박한이에게 '이러다가 너 찬도한테 밀릴 수 있다'라는 농담을 했었다"라고 껄껄 웃었다. 그래서인지 박한이도 올해 벌써 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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