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위기 속에서 선수가 나오는 법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새 1번타자 고종욱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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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 대신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2년차 김하성이 대안으로 보였다. 빠른 발은 물론이고, 좋은 컨택트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이제 갓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김하성에게 리드오프는 큰 부담이 됐다.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1군 주전으로 살아남으려면, 확실한 자신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고종욱의 경우에는 발이 무기다. 하지만 다른 선수 중에서도 발이 빠른 이는 있다. 타격으로 어필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고종욱은 이 부분에서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고종욱의 타격 모습을 본 타팀 코칭스태프는 "재능이 있는 선수인데 참 안타깝다. 변화를 위해 고집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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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욱의 장기를 살리려면, 공을 맞히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 때만 해도 고종욱의 스윙은 컸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공을 맞히는데 집중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타자들과 똑같이 타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군대를 간 사이 리드오프 자리를 따낸 서건창은 피나는 노력 끝에 자신에게 최적화된 타격폼을 찾았다. 독특한 타격폼을 통해 201개의 안타를 생산해냈다.
다행히 고종욱도 길을 찾는 모양새다. 오랜만에 1군에서 본 고종욱의 타격은 좌측으로 밀어치는데 특화돼 있었다. 상대의 바깥쪽 공에 완벽히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20일까지 5경기서 타율 4할1푼2리.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는 홈런 1개 포함 14타수 7안타로 맹활약했다.
우투좌타로 1루까지 뛰는 데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고종욱은 땅볼 보다는 외야로 타구를 보내는 재능이 있다. 타구를 띄우는 능력이 있는데 '밀어치기'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그 위력은 더 커졌다. 고종욱이 기록한 7개의 안타 중 무려 5개가 좌측으로 향했다.
서건창이 없는 사이 고종욱은 자신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도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넥센의 새 리드오프 고종욱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