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새 대안 고종욱, '밀어치기' 장기 찾았다

기사입력 2015-04-21 10:09


원래 위기 속에서 선수가 나오는 법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새 1번타자 고종욱이 그 주인공이다.

넥센은 시즌 초반 서건창의 무릎 후방십자인대 부분파열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3개월의 공백이 예상되는 부상, 사실상 전반기는 서건창을 쓸 수 없다. 지난해 201안타를 기록하며 한국프로야구 최초 200안타 고지를 밟은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사실상 넥센에서 대체불가능한 자원이다.


KIA와 넥센의 2015 KBO리그 주말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3회초 넥센 고종욱이 좌전안타로 진루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8/
2루 수비를 볼 수 있는 선수들은 있다. 하지만 1번타자감은 많지 않다. 화끈한 장타력으로 무장한 넥센 타선이지만, 그만큼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적다.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 대신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2년차 김하성이 대안으로 보였다. 빠른 발은 물론이고, 좋은 컨택트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이제 갓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김하성에게 리드오프는 큰 부담이 됐다.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2군에서 타율 5할5푼2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던 고종욱을 콜업했다.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지명된 고종욱은 입단 첫 해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1군에서 뛴 재원이다. 빠른 발이 강점. 데뷔 시즌에 1번타자로 나선 경험도 있다.

빠르게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쳤지만, 돌아오고 나니 자리가 없었다. 1군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8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고종욱의 군복무 전과 후, 팀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어느새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다.

1군 주전으로 살아남으려면, 확실한 자신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고종욱의 경우에는 발이 무기다. 하지만 다른 선수 중에서도 발이 빠른 이는 있다. 타격으로 어필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고종욱은 이 부분에서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고종욱의 타격 모습을 본 타팀 코칭스태프는 "재능이 있는 선수인데 참 안타깝다. 변화를 위해 고집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KIA와 넥센의 2015 KBO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만루 넥센 고종욱이 KIA 투수 심동섭을 맞고 2루수 옆으로 흐르는 내야안타를 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4.17/

고종욱의 장기를 살리려면, 공을 맞히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 때만 해도 고종욱의 스윙은 컸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공을 맞히는데 집중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타자들과 똑같이 타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군대를 간 사이 리드오프 자리를 따낸 서건창은 피나는 노력 끝에 자신에게 최적화된 타격폼을 찾았다. 독특한 타격폼을 통해 201개의 안타를 생산해냈다.

다행히 고종욱도 길을 찾는 모양새다. 오랜만에 1군에서 본 고종욱의 타격은 좌측으로 밀어치는데 특화돼 있었다. 상대의 바깥쪽 공에 완벽히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20일까지 5경기서 타율 4할1푼2리.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는 홈런 1개 포함 14타수 7안타로 맹활약했다.

우투좌타로 1루까지 뛰는 데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고종욱은 땅볼 보다는 외야로 타구를 보내는 재능이 있다. 타구를 띄우는 능력이 있는데 '밀어치기'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그 위력은 더 커졌다. 고종욱이 기록한 7개의 안타 중 무려 5개가 좌측으로 향했다.

서건창이 없는 사이 고종욱은 자신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도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넥센의 새 리드오프 고종욱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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