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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타고투저다. '4~5점의 차이는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허용범위 내이긴 하지만 반발계수가 다소 높은 공인구, 시즌 전 공언에도 여전히 넓혀지지 않은 체감 스트라이크존. 이 상황에서 '경기시간 단축'은 요원한 얘기다.
이 세 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마무리보다 더 강력한 필승계투요원이 버티고 있다. LG는 이동현, 삼성은 안지만, 두산은 함덕주가 있다. 팀내 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시선에서도 마무리보다 더 나은 필승계투요원이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클로저를 변경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실전에서 기용법은 달라진다. '페이크 마무리'의 등장. 그 배경과 이유는 뭘까.
노경은의 부상으로 두산의 마무리가 된 윤명준은 13경기에 출전,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다. 3개의 블론 세이브가 있다.
봉중근은 더욱 힘들다. 블론 세이브는 1개 뿐이다. 하지만 평균 자책점이 17.47이다. 10경기에 출전했는데, 매 경기 안타를 허용했다.
통상적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중간계투를 마무리로 기용한다. 절대적인 소방수가 맨 마지막 버티고 있기 때문에 중간계투진의 부담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호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중간계투진이 세분화된 현대야구에서 마무리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가진 선수를 클로저 바로 앞에 배치한다. LG 이동현은 12경기에 출전, 평균 자책점이 1.38이다. 삼성 안지만은 14경기에 출전, 2.04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 함덕주는 14경기에 출전, 평균 자책점 5.73이다. 높은 평균 자책점. 하지만 올 시즌 풀타임 첫 해인 그는 최근 8경기 연속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매우 위력적인 투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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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팀의 사령탑은 부진한 마무리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 입장에서 여전히 공식 마무리는 봉중근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최근 봉중근에게 세이브 상황에 등판시키지 않았다. 구위를 점검하기 위해 전진배치시킨 뒤, 최근 구위가 올라왔다는 판단에 "다시 봉중근이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임창용을 믿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윤명준이 부진했지만, 계속 뒷문을 맡겼다. 여전히 저조한 모습을 보이자 지난 1일 "함덕주 윤명준 김강률을 상황에 따라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가동시킬 것"이라고 했다.
기계적으로 생각하면, 상태가 좋은 필승계투요원과 마무리의 위치를 바꾸면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LG 봉중근과 삼성 임창용은 팀의 간판이자 상징. 게다가 정신적인 면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심리적으로 미묘한 변화는 보이진 않지만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시즌 전 구상했던 사령탑의 계산이 완전히 틀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새롭게 마무리를 맡는 선수의 부담으로 인한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전력이나 상대팀이 갖는 압박의 측면에서도 간판 마무리가 바뀌면 아무래도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여러가지 부작용 때문에 기계적으로 위치 바꾸기를 하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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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선수의 부진 원인은 모두 다르다. 임창용은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뭔가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생긴 일시적 부진이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임창용의 구위는 문제가 없다. 심리적인 부담이 있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당연히 임창용을 계속 마무리로 기용하는 게 맞다. 단, 류중일 감독이 임창용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여러가지 세부적 시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LG 봉중근의 구위 하락이 가장 큰 문제다. 140㎞ 초반대의 패스트볼은 상대 타자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 5할이 넘는 피안타율과 5개에 불과한 탈삼진이 봉중근의 상태를 잘 알려준다. 당연히 구위가 올라와야 마무리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 때문에 LG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에게 세이브가 아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린 뒤 그의 구위를 점검했다. 지난달 29일 2-6으로 뒤진 대구 삼성전 8회 마운드에 올라 최고 143㎞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양 감독은 "이제 구위가 올라왔다. 다시 마무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명준의 경우 지난 시즌 잦은 등판으로 어깨가 완전치 않다. 때문에 패스트볼 구속은 145㎞ 안팎에서 140㎞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결국 1점 승부에서 효과적인 타자와의 싸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기간 쉽게 회복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두산 입장에서 마무리를 교체한다고 해도 그렇게 큰 부작용은 없다. 두산의 마무리 자리는 불안정했고, 여전히 김 감독은 '컨디션이 올라온 노경은'을 가장 효과적인 마무리로 여기고 있다. 게다가 마무리 교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선수단의 분위기나 심리적 부작용이 거의 없다. 김 감독이 집단 마무리 체제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
그러나, 마무리들의 불안함은 현재 진행형이다. 블론 세이브는 단순한 '1패' 이상의 부작용이 있다. 당연히 마무리 딜레마가 발생한다.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실제 경기에서 상황에 따라 상태가 좋은 필승계투 요원을 '페이크 마무리'로 기용한다. 여러가지 복잡다단한 변수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시도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