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아버지 손을 잡고 오는 야구장. 많은 야구팬들이 갖고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하루, 어린이날은 가족 단위 야구팬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5일 창원 마산구장. 경기 전 미리 표를 구하지 못한 아버지들은 현장 판매분 표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매표소 옆에는 사진을 찍기 바쁜 아이들이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 전 뽀로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운영한 NC 다이노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화 '뽀로로'의 캐릭터들이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NC는 이미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뽀로로의 공룡캐릭터인 '크롱'을 마스코트 중 하나로 쓰고 있다. 이날은 크롱 외에도 다른 캐릭터들이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NC 김경문 감독은 창단 때부터 선수들에게 "어린 아이들의 사인 요청은 거절하지 마라"고 주문해왔다. 선수들에겐 사소한 사인 한 번일 수 있지만, 어린이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는 순간이다.
원정팀 KIA 김기태 감독도 어린이날을 맞아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그는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한신 타이거즈에서 코치 연수를 받던 시절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2005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한신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1969년생인 김 감독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가네모토 도모아키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네모토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철인'으로 유명한 선수다.
30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2015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에 앞서 KIA 김기태 감독이 한화 덕아웃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30.
가네모토는 '무교체 출전'으로 전세계에서 으뜸이다.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은 1766경기로 일본 내에서도 기누가사 사치오에 이은 2위지만, 이중 1492경기를 교체 없이 출전했다. 1492경기 동안 한 이닝도 빼놓지 않고 경기를 지킨 것이다.
2632경기라는 불멸의 연속경기 출전 기록을 가진 메이저리그의 '철인' 칼 립켄 주니어도 연속 무교체 경기는 904경기에 불과하다. 가네모토의 기록이 갖는 가치는 엄청나다.
김 감독은 "가네모토는 손가락을 다쳐서 깁스를 하고도 경기에 나섰다. 하루는 내가 왜 그런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가네모토는 '야구장을 찾았는데 전광판에 내 이름이 없을 때 실망할 어린 팬들이 있지 않나. 그들을 위해 경기에 나선다'고 하더라"며 가네모토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가네모토의 말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팬들을 위해, 특히 야구장에서 꿈과 희망을 갖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모습. KBO리그에서도 팀과 선수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