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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사상 한 경기 팀 최다득점은 27점이다. 1997년 5월4일 대구 LG전에서 삼성이 세운 기록이다.
2회까지는 0-0. 하지만 3회부터 승부의 추는 삼성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7회까지 무려 23득점을 올렸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선발 마야였다. 그는 다혈질이 강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득점을 내줄 때 과도하게 정면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순간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핵심적 이유다.
이날도 마야는 완전히 무너졌다. 3회에만 무려 9실점했다. 8개의 안타를 집중적으로 맞았다. 하지만 그 빌미는 수비실책이 제공했다. 선두타자 박해민이 중전안타를 치고나간 뒤, 도루를 시도하다 투수의 견제구에 걸렸다.
하지만 1루수 김재환은 한 차례 더듬은 뒤 던졌고, 결국 박해민은 2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0-2로 뒤진 2사 만루 상황에서 박석민은 펜스 앞 타구를 김현수가 다 잡은 뒤 놓친 장면도 아쉬웠다. 최주환의 3루 수비 실책까지 겹쳤다. 이 수비들이 모두 안타 처리되면서 마야는 9실점을 했다.
두산의 약한 중간계투진도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두산은 노경은과 윤명준의 구위가 살아나고 있다. 때문에 필승계투조를 투입했다면, 이같은 대량실점은 없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다. 당연히 두산 벤치에서는 가능성있는 추격조 투수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5선발이자 롱 릴리프가 가능한 진야곱이 2이닝 4실점, 전날 1군에 올라온 최장신 투수(2m7) 장민익은 1⅔이닝 6실점, 사이드암 양 현이 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나바로가 연타석 홈런을 쳤고, 최형우도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을 몰아쳤다. 6개의 볼넷은 삼성 대량득점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즉, 길게 던져 줄 마땅한 롱 릴리프도, 흐름을 끊어줄 유력한 추격조 카드도 없는 두산의 투수진. 이같은 아킬레스건이 삼성의 대량득점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강력한 선발 야구가 무너질 경우 B 플랜이 없는 상태다. 만드는 과정이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상황에서 수비마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프로답지 못한 대량실점으로 나타났다. 이해는 된다. 기나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대패를 당하는 경우는 있다. 게다가 다음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필승계투조를 투입하지 못한 고충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했다. 프로팀을 의심케하는 수준 이하의 경기력이었다. 야구는 핸드볼 경기가 아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