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울뻔했던 NC 다이노스가 비 '덕분에' 웃게됐다. NC가 5일 기가막힌 '전화위복'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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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한의 구위와 제구력이 다소 떨어져 있던 건 맞다. 하지만 이날의 처참한 결과는 다분히 갑작스러운 소나기 때문이었다. 1회말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중전안타에 이어 송주호의 희생번트로 된 1사 2루에서 정근우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았다. 이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속타자 김태균이 초구에 친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빗줄기로 인해 시야가 가린 탓인지 NC 우익수 나성범이 낙구 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안타를 만들어줬다.
여기서 1차로 일시 중단이 선언됐다. 오후 6시19분이었다. 신기하게 중단 선언 이후 곧바로 비가 그쳤다. 그래서 5분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하지만 손민한의 밸런스는 이미 흔들렸다. 결국 이종환과 이성열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실점째를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 3루 상황. 권용관이 타석에 나왔는데 또 비가 쏟아졌다. 오후 6시30분에 두 번째 '일시 중단' 선언.
이번에는 19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이 시점에서 손민한의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권용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주현상과 조인성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았다. 손민한은 베테랑의 책임감을 앞세워 마운드에서 버티고 서 있었지만, 공은 이미 배팅볼이나 다름없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고, 간신히 이용규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긴 1회가 끝났다. 7타자 연속 안타를 포함한 총 8안타. 올해 손민한 최악의 투구였다. NC의 한화전 스윕 패배가 예감됐다.
그러나 기막힌 반전이 벌어지기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2회말부터 다시 비가 내렸다. 3회초 NC 선두타자 손시헌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낼 때는 이미 시야가 가릴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결국 오후 7시18분에 세 번째로 경기가 중단됐다. 이번 비는 예사롭지 않았다. 앞서와 달리 많이 내렸고, 오래 내렸다. 급기야 내야 그라운드에도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경기 중단 시간이 30분에 가까워지며 우천 노게임이 현실로 다가왔다. NC 선수단은 조심스레 덕아웃에서 철수 채비를 갖췄다. 결국 오후 7시50분에 '노게임'이 선언됐다. 앞서 달성한 모든 기록이 무산된 것이다. 올해 최악의 투구를 했던 손민한, 그리고 스윕패배를 당할 뻔했던 NC. 모두 울다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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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화는 이날 경기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앞서 2승을 거뒀기 때문에 져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 특히나 이미 불펜 소모가 많았고, 이날 선발 송창식도 긴 이닝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승산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이 완투해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불펜 '올스타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불펜을 모조리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초반부터 흐름이 묘하게 잘 풀렸다. 역시 우천으로 인한 중단이 NC선발 손민한의 투구 밸런스를 무너트렸기 때문. 그 덕에 1회말부터 타자들이 대폭발했다. 선두타자 이용규의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1사 후 무려 7명의 타자가 연속안타를 날렸다. 결국 1회에만 타자 일순하며 총 8안타로 5득점에 성공했다. 타자 일순은 팀 공격에서 꽤 드물게 나오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여기에 더해 이용규는 1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면서 통산 40번째 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달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이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경기가 '노게임 선언' 되는 바람에 완전히 없던 일이 된 것. NC전 스윕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빗속에 녹아내린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노게임이 선언된 뒤 "역시 앞 일은 알 수 없다. 그나마 송창식이 쉴 수 있던 게 소득"이라는 말을 남긴 채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