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넥센, 상대팀 데뷔 첫 선발 나선 두 투수는?

기사입력 2015-07-05 18: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주말 3연전 3차전이 5일 잠실구장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허준혁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넥센 선발투수로 2승 1패 방어율 5.73의 김택형을 내세웠다. 두산에서는 2승 방어율 0.47의 허준혁이 선발 등판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05/

두산과 넥센의 시즌 12번째 맞대결이 열린 5일 잠실구장, 승차가 1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2위와 4위의 대결만큼이나 이색적인 대결이 눈에 띄었다.

두산 허준혁(25), 그리고 넥센 김택형(19) 등 2명의 선발투수가 서로를 상대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나서기 때문이었다. 두 선수 모두 당연히 올 시즌 시작하면서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일종의 '임시 선발'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동시에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것은 분명 진귀한 장면이었다.

롯데와 SK를 거쳐 2014년 두산으로 이적한 허준혁은 SK에서 뛰던 2012년도에 '땜빵'으로 단 3경기 선발로 나선 것이 고작이었고 대부분의 경기를 불펜에서 뛰었다. 물론 선발승은 없었고, 지난 2012년 6월10일 인천 삼성전에서 3⅓이닝을 던진 것이 최다 이닝 투구였다. 니퍼트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지고 마야가 퇴출되며 팀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김택형은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 신예 투수로, 밴헤켄-피어밴드-한현희로 이어지는 3선발 외에 4~5선발이 고정적이지 못한 팀의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5월24일 목동 NC전을 시작으로 이날 경기까지 5번째 선발 등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기대 이상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흔들리고 있는 팀의 선발진 한 축을 맡아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허준혁은 올 시즌 3경기에 선발로 나와 2승을 거두고 있다. 놀라운 것은 3경기에서 19이닝을 소화했는데 단 1실점, 평균자책점이 0.47에 불과하다. 두 외국인 투수의 이탈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서 허준혁의 호투는 말 그대로 '단비'와 같다.

김택형도 올 시즌 4경기 선발에서 1승1패를 기록중이다. 이 가운데 2경기는 2⅓이닝 투구에 그쳤지만 나머지 2경기는 5이닝을 책임졌다. 5선발 자리이기에 6~10일 사이에 한번씩 기회가 주어지고 있지만, 꾸준히 기용되면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고교 시절 최고 구속이 138㎞ 정도에 불과했지만, 프로 데뷔 후 투구 밸런스를 교정하면서 10㎞ 이상 증가했다. 구종도 직구와 슬라이더에 불과했는데, 프로에 와서 커브에 가까울 정도로 슬라이더의 각이 좋아졌고 서클 체인지업도 새롭게 장착했다.

경기 전 만난 두산 김태형 감독이나 넥센 염경엽 감독 모두 두 선수를 흐믓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2군에서 계속 선발로 나왔지만 사실 올 시즌 구상에 없는 투수였다. 그런데 팀이 어려워지면서 2군에서의 투구를 믿고 올렸는데, 너무 잘해주고 있다"며 "변화구의 제구력이 확실히 좋아졌고, 마운드에서의 운영 능력이 개선된 것이 호투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요건을 갖추고 내려왔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 역시 "이제 1년차 신예인데 무엇을 바라겠는가. 매 경기 나아지는 투구를 지켜보는 것이 보람"이라면서 "손 혁 투수코치가 숙소에서 고무공으로 작은 휴대폰 화면을 맞히는 제구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이 부분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1승이 중요한 시점에서, 공교롭게 두 팀의 미래를 이끌 좌완 투수들이 맞부딪히니 기대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잠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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