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반격의 핵' 배영수의 다짐, "나답게 던지겠다"

최종수정 2015-07-14 10:46

"올해는 이상하게 자주 그러네요."

지난 12일 낮.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원정경기를 앞둔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경기 채비를 다 갖추고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출발했다가 그대로 버스 방향을 대전으로 틀었다. 쉬지않고 쏟아지는 비의 영향으로 버스가 야구장으로 도착하기도 전에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3패 방어율 7.28의 배영수를 내세웠다. NC는 7승 3패 방어율 3.47의 해커가 선발등판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19/
어떤 선수는 깜짝 휴식을 기뻐했지만, 또 어떤 선수는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배영수가 있었다. 그는 썩 기뻐하지도, 또 크게 아쉬워하지도 않는 축에 속했다. 다만 '왜 하필 또 오늘이지? 또 나였네'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이날 LG전 선발로 예고됐던 배영수는 비가 내리는 바람에 어쩌면 전반기 마지막이 될 수 도 있던 선발전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14일부터 청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이 있지만, 선발 투입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래서 LG전에서 전반기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던 배영수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유난히 비를 몰고다니는 배영수다. 선발로 예정됐다가 비로 취소된 경기만 벌써 4차례다. 팀내 독보적인 1위. 그래서 별명도 '비영수'가 됐다. 하지만 자신의 등판 예정 경기가 자꾸 비로 취소되는 건 사실 배영수에게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베테랑답게 "어쩌다 그렇게 때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는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작 비로 인한 취소보다 배영수가 더 신경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다른 팀에 둥지를 튼 배영수는 의욕이 뜨거웠다.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입증하려고 스프링캠프 내내 온몸을 굴렸다. 그렇게 맞이한 2015시즌.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과 실제는 늘 차이가 나게 마련. 강한 자신감을 만들어 시즌에 임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배영수는 올해 15번 경기에 나와 3승3패, 평균자책점 6.63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 허리 통증으로 정상 선발 로테이션에 나서지 못한 데미지가 있었다.

5월초부터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기복이 꽤 있다. 5월2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6⅓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5이닝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5월22일 수원 kt전에서 7⅓이닝 6안타 3실점으로 눈부신 성적을 냈다. 이번 상승세는 꽤 가는 듯 했다. 다음 등판인 27일 대전 KIA전에도 5이닝 3실점하며 선발 2연승을 따냈다. 그러나 이후 5번의 선발 등판에서 계속 불안감을 노출했다. 5이닝을 넘긴 적은 딱 1번 뿐이다.

때문에 김성근 감독 역시 배영수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배영수가 '평상심'을 유지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후반기 반격의 핵심플레이어로 손꼽았다. 배영수 역시 자신의 전반기 성적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분명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컨디션이었는데, 스스로 무너진 결과가 많았기 때문.


이에 관해 배영수는 "계속 너무 잘하려다보니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꼬인 부분이 있었다.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나답게' 던졌어야 했는데…"라며 씁쓰레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도 확실히 밝혔다. 그는 "어쨌든 앞으로는 더 고민하지 않겠다. 얻어맞더라도 그냥 '나답게'던지는 게 후반기 목표다. 그러다보면 감독님이 얘기하신 '키플레이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후반기에 진짜 존재감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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