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강경학-장운호, '이용규 공백'의 대안이 될까

기사입력 2015-08-02 10:06


지난해 말부터 따지면 9개월쯤 될까. 그 기간동안 취재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늘 도전의식에 가득 차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를 치르던 정근우가 다쳤을 때는 적잖게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그때조차도 "극복해내겠다"는 다짐을 했던 김 감독이다.


한화와 KIA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1회말 한화 이용규가 KIA 박정수의 투구를 몸에 맞고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7.31/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김 감독은 너무나도 비통하고 안타까운 심정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이용규의 부상이 한화와 김 감독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용규는 지난 7월31일 대전 KIA전에서 상대 투수 박정수의 공에 맞아 왼쪽 종아리를 크게 다쳤다. 근육이 파열돼 재활에 최소 4주가 걸린다는 진단이다.

치료 과정에 따라 기간이 다소 줄어들 수도 있지만, 최소한 8월 한 달간 한화는 이용규 없이 버텨내야 한다. 김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과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악바리처럼 실행해내던 이용규가 다친 것을 크게 안타까워했다. 동시에 과연 이용규 없이 어떻게 버텨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있다.

김 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감독이라도 이용규와 같은 선수의 부상 공백은 크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이용규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악바리같은 투지와 정신력에 실력까지 갖추고 팀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상대팀의 입장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 한화는 최소 한 달은 이용규 없이 상대와 싸워야 한다.


2015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30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2회말 1사 1루에서 오재일의 병살타때 1루주자 로메로가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7.30/
그렇다면 이용규의 빈자리는 과연 어떤 식으로 채울 수 있을까. 사실 이용규는 냉정히 말해 '대체불가선수'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면에서 그와 같은 선수는 아직 없다. 김 감독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용규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그 공백을 채워야 한화가 현재의 순위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1일 대전 KIA전은 꽤 상징성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김 감독은 1번 타자로 강경학을, 2번 타자로 장운호를 냈다. 강경학은 유격수로 나섰고, 장운호는 이용규가 맡았던 중견수 위치에 섰다.

결국 이용규가 늘 해왔던 '1번타자-중견수'의 역할을 강경학과 장운호 두 명에게 분산해 맡긴 것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가장 좋은 대안은 외야수비력을 갖춘 장운호가 이용규의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운호는 아직 타격과 주루, 그리고 승부사적인 경기 감각에서 이용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건 장운호 개인의 역량부족은 아니다. 장운호는 잠재력 면에서는 '제2의 이용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일단 장운호보다는 근성과 야구 센스가 좋은 강경학에게 1번 타자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장운호는 일단 공격적으로는 부담이 덜 한 2번 자리에 내보내 팀 배팅과 수비 등의 임무를 부여했다. 다시 말해 강경학은 '공격의 이용규' 대안이고, 장운호는 '수비의 이용규' 대안인 셈이다.


한화와 KIA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3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장운호.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7.31/

일단 이 방법은 현재로서는 한화가 취할 수 있는 최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 부분 성과도 냈다. 강경학은 리드오프로서 이용규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이날 9회까지 6번 타석에 들어서 3안타를 날렸다. 득점도 2개나 했다. 적어도 이날 공격적인 면에서는 이용규의 부재가 덜 아쉬웠다.

장운호도 수비에서는 무난했다. 중견수로 나와 실책을 저지르지 않은 건 일단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타자로서의 역할은 크게 아쉬웠다. 1회말 무사 1루 때 번트를 실패하는 등 5타수 1안타에 그쳐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가 이용규의 복귀 전까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강경학과 장운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장운호가 좀 더 강한 집중력과 투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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