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따지면 9개월쯤 될까. 그 기간동안 취재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늘 도전의식에 가득 차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를 치르던 정근우가 다쳤을 때는 적잖게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그때조차도 "극복해내겠다"는 다짐을 했던 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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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감독이라도 이용규와 같은 선수의 부상 공백은 크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이용규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악바리같은 투지와 정신력에 실력까지 갖추고 팀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상대팀의 입장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 한화는 최소 한 달은 이용규 없이 상대와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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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용규가 늘 해왔던 '1번타자-중견수'의 역할을 강경학과 장운호 두 명에게 분산해 맡긴 것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가장 좋은 대안은 외야수비력을 갖춘 장운호가 이용규의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운호는 아직 타격과 주루, 그리고 승부사적인 경기 감각에서 이용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건 장운호 개인의 역량부족은 아니다. 장운호는 잠재력 면에서는 '제2의 이용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일단 장운호보다는 근성과 야구 센스가 좋은 강경학에게 1번 타자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장운호는 일단 공격적으로는 부담이 덜 한 2번 자리에 내보내 팀 배팅과 수비 등의 임무를 부여했다. 다시 말해 강경학은 '공격의 이용규' 대안이고, 장운호는 '수비의 이용규' 대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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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방법은 현재로서는 한화가 취할 수 있는 최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 부분 성과도 냈다. 강경학은 리드오프로서 이용규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이날 9회까지 6번 타석에 들어서 3안타를 날렸다. 득점도 2개나 했다. 적어도 이날 공격적인 면에서는 이용규의 부재가 덜 아쉬웠다.
장운호도 수비에서는 무난했다. 중견수로 나와 실책을 저지르지 않은 건 일단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타자로서의 역할은 크게 아쉬웠다. 1회말 무사 1루 때 번트를 실패하는 등 5타수 1안타에 그쳐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가 이용규의 복귀 전까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강경학과 장운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장운호가 좀 더 강한 집중력과 투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