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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그래서 제안 하나를 했다. 후배와 기분 좋은 내기를 했다. "(이)재학아 너 다음 등판이 언제지? 네가 그 날 7이닝 1실점만 하면 형이 소원 하나를 들어줄게. 대신 못 던지면 네가 형한테 딸기 우유를 하나 사주는 거다. OK?" 딸기는 이재학의 별명이다. 그러자 후배가 잠시 고민하더니 조건을 조금 바꿨다. "선배님, 7이닝 말고 6이닝 1실점으로 하시죠. 그 정도는 제가 자신 있습니다." 김선우 위원은 곧장 "좋아, 좋아"라고 동의를 했다.
높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호투로 이어졌다. 그는 앞선 18경기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53%였던 반면 그 비율을 62.5%(15/24)까지 높이며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흔히 A급 투수의 조건으로 60%에 가까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꼽곤 하는데 이재학이 모처럼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1회부터 야수들이 7점을 뽑아준 게 컸다. 스스로도 어이없이 빠지는 공이 줄면서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했다. 때문에 경기당 5.34개였던 볼넷도 이날은 2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9이닝으로 환산했을 땐 3개다.
이재학도 경기 후 "요즘 많은 생각 없이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 내 피칭만 한다고 생각하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점수가 0대0이라는 생각으로 네 공만 던지라는 최일언 투수 코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원에서도 "예전에는 긴 이닝을 보고 완급 조절을 했다면, 지금은 한 타자 한 타자에, 공 한 개 한 개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다"고 했는데, 이날은 최 코치의 조언과 맞물려 모처럼 납득할 수 있는 투구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찾은 그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향해 달려간다. 그 동안 부진한 경기가 워낙 많아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큰 만큼 10승은 개인적으로도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일 게다. 물론 그보다 먼저 김선우 위원에게 말할 소원을 정하는 게 먼저다. 자칫 김 위원이 큰 돈을 쓸지도 모르겠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