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이 시즌 막판 '진정한 에이스'를 얻었다. 한화 이글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할 강력한 추진력이 생긴 셈이다. 새로운 외국인 선발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KBO리그 데뷔 후 2연속 완투승을 거두며 팀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승은 역대 KBO리그 최초 기록이다.
초반부터 구위로 kt 타선을 윽박질렀다. 최고 153㎞까지 나온 묵직한 직구와 135~141㎞까지 나온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투피치' 패턴으로 3회말 2사까지 8명의 타자를 퍼펙트로 돌려세웠다. 그러다 3회말 2사 후 kt 9번타자 김진곤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포수 조인성이 김진곤의 2루 도루를 잡아내며 로저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로저스는 글러브를 두드리며 조인성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7회부터는 사실상 팬들을 위한 '보너스 이닝'같았다. 로저스는 9회말에도 151㎞가 나온 직구와 또 다른 무기인 커브를 곁들여 3이닝 동안 단 한 번도 1루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완벽한 경기 마무리였다. 8회까지 101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로저스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자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를 찾은 한화 팬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에이스'의 등판에 찬사를 보냈다. 로저스는 이 찬사에 화답하듯 kt 1~3번 타순을 단 7개의 공으로 끝냈다. 2사 후 3번 마르테가 내야 뜬공을 치자 로저스는 손을 들어 3루측 관중석을 가르켰다. 끝까지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에 대한 인사였다. 동시에 자신이 '진정한 에이스'로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겠다는 약속의 손짓이었다.
이날 KBO리그 최초로 데뷔 2연속 완투승 기록을 세운 로저스는 "완투 기록에 대해서는 몰랐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투구수에 상관없이 내가 어떠한 투구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며 듬직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2회까지는 몸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는 잘 됐다. 포수가 베테랑이니만큼 그의 리드에 따라 잘 던지려고 했다."며 이날 호흡을 맞춘 포수 조인성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