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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령 투수 KIA 최영필. 아들 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땀의 대가를 절감한 20년 세월. 현역 유니폼이 얼마나 감사한 지를 잘 안다. 10경기를 남기고 갑작스런 미세골절 시즌 아웃. 본인도 팀도 아쉽기만 하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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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시기에 KIA는 큰형을 잃었다. 단순 타박상이길 기도했는데 오른손목 미세골절. KBO리그 최고령 선수 최영필(41)은 10경기를 남겨두고 시즌을 접었다. 이제 후배들이 가을야구를 위해 혼신의 힘을 짜내야 한다. 최영필은 후배들에게 투혼과 집념을 심어주고 마음으로 응원하게 됐다. 미세골절이라 3~4주 안정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자면 KIA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해도 출전이 힘들다.
최영필은 지난 21일 SK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한 양현종 다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무실점을 마무리하려던 순간 이명기의 타구에 손목을 맞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더블아웃을 잡은 뒤 마운드를 내려오는데 이를 꽉 깨물었다. 마지막까지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 애쓰는 표정이 보는 이를 더욱 안쓰럽게 했다.
최영필은 올해 '위대한' 시즌을 치렀다.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하위권으로 분류된 KIA 약진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해 불펜의 기둥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더 잘했다. 최영필은 59경기에서 5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 불펜투수로 63이닝은 적지 않은 수치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10경기 이상을 던진 KIA 투수중 에이스 양현종(2.49, 전체 1위) 다음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볼넷과 사구를 합친 4사구와 탈삼진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4사구에 비해 탈삼진이 2배 정도 많으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현종은 78개의 4사구, 14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이 약 1.9배다. 마무리 윤석민 또한 4사구 25개, 탈삼진 59개로 2.36배 수준. 최영필은 볼넷 8개에 사구 2개로 4사구는 10개, 탈삼진은 무려 51개를 기록했다. 탈삼진이 5배 이상 많다. 에반 심동섭 김광수 등도 탈삼진이 4사구의 2배를 넘진 못한다.
나이도 있고, 구위도 전성기보단 못하지만 최영필은 애매하게 돌아가는 것보다 타자들과의 정면승부를 즐겼다. 과감한 몸쪽 직구승부를 포기한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최영필이지만 꾸준한 몸관리를 통해 140㎞ 초중반에 이르는 구속과 볼끝을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최영필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 마자 올시즌을 대비했다. 대학에 진학한 아들과 함께 몸을 만들며 누구보다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굵은 땀은 성과로 이어졌다.
최영필은 최근 "마운드에서 타자를 이겨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유니폼을 벗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나이가 많아서 포기하고 싶진 않다. 갈수록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지만 야구를 한다는 것이 고맙고 즐겁다"고 했다.
KIA벤치는 마운드에 오르면 마음이 편해졌던 최영필을 잃었다. 후배들의 마지막 안간힘을 바라봐야만 하는 최영필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맏형의 부재가 동생들을 똘똘 뭉치게 할지, 두고볼 일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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