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서베이] 야구인들, "2015시즌 MVP는 테임즈다"

기사입력 2015-10-05 07:31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SK 문광은과 NC 이태양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NC 테임즈가 3회 무사 1루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40도루-40홈런을 달성했다. 40-40 기록은 KBO 최초의 기록이다. 2루 베이스를 들어보이고 있는 테임즈.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0.02

2015년 최고의 선수는 에릭 테임즈(29·NC)냐, 박병호(29·넥센)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래서 스포츠조선이 그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둘의 소속 팀인 NC와 넥센을 제외한 8개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등 40명에게 올 시즌 MVP(최우수선수)를 뽑아달라고 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설문 참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익명 서베이', 현장의 야구인들은 고심 끝에 투표권을 행사했다.

둘은 나란히 MVP 자격이 충분하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대기록을 잇따라 만들어 냈다. 테임즈는 한국 프로야구에 전무후무 한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일본에서 나오지 않은 기록,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4명의 선수만 기록했다. 또 일생에 한 번 하기 힘든 사이클링 히트를 올해만 두 차례 성공시켰다. 이 역시 역대 최초다. 그는 타율(0.380) 출루율(0.497) 장타율(0.791) 득점(130점) 부문 1위다. 장타율은 종전까지 한 시즌 최고였던 1982년 백인천(MBC)의 7할4푼을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수치다.

박병호는 4일 현재 홈런(53개) 타점(146개) 부문 타이틀을 사실상 가져갔다. 삼성, NC가 1경기씩을 남겨 놓고 있지만 2~3위권 선수들의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이로써 그는 KBO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르는 금자탑을 세웠다.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에 오른 것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타점을 146개까지 늘리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프로야구 역사책에 아로 새겼다. 또한 홈런 평균 비거리(123.9m) 1위, 4년 연속 30홈런 선점, 국내 선수 최초의 4시즌 연속 100타점 등도 올해 박병호가 만든 업적이다. 그는 오프 시즌 엄청난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 유력하다.

86년생 동갑내기 4번 타자의 뜨거웠던 경쟁. 야구인 중 65%(26명)가 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A선수는 "사이클링히트 2회, 최초의 40-40 클럽 가입 등 앞으로 깨지기 힘든 대기록을 여러 개 달성했다. 팀도 좋은 성적을 냈고 테임즈는 앞으로 나오지 않을 만능 선수임에 틀림없다"며 "특히 공격 모든 지표에서 5위 안에 들었다. MVP는 당연히 테임즈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득점 1위에다가 타점 2위, 홈런 3위, 도루 5위, 안타 4위에 오른 것 사실에 주목한 것. 이 선수는 "최근 재계약 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밝혔다.

B선수는 "테임즈가 루상에 나갔을 때의 능력까지 더한다면 상대가 대하기는 박병호보다 더 어럽다"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몇몇 선수들에 이어 다섯 번째로 40-40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C프런트는 "팀 입장에서 본다면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준 테임즈가 MVP다. 홈런과 타점에서 박병호에 근소한 차로 뒤졌을 뿐 그 외 세부 기록에서는 테임즈가 앞서지 않나"며 "특히 출루율에서 둘이 6푼 가까운 차이가 난다. 그리고 도루에서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어 테임즈는 타자뿐만 아니라 주자로서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테임즈에게 한 표를 행사한 야구인들은 대체적으로 아시아 리그에서 최초로 40-40에 성공한 점을 강조했다. D코치는 "40-40을 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냐"는 표현을 썼다. E감독도 "40-40 클럽에 가입한 이상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F선수는 "만약 박병호가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봤을 때 테임즈가 박병호 선수에 비해 MVP에 가까운 활약을 했다고 본다"며 "40-40은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대단한 기록이다"고 평가했다.


1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넥센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1루에 진출한 넥센 박병호가 NC 테임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9.11.
반면 박병호를 주저없이 선택한 14명(35%) 야구인의 대답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우선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는 논리다. G선수는 "40홈런과 50홈런은 무게감이 다르다. 2년 연속 5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리그에 없다"며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당연히 박병호를 찍겠다"고 말했다. H프런트도 "박병호야말로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이상적인 타자다. 현실적으로 그 홈런 개수에 그 타율(0.343)이 나온다는 게 불가사의하다"며 "단연 최고의 타자"라고 강조했다.


I선수는 시즌 내내 자신이 느낌 감정을 토대로 박병호를 꼽았다. 그는 "둘 모두 MVP 자격이 충분하다. 나란히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을 세웠다"면서도 "다만 박병호가 테임즈보다 파워가 월등하다. 중요한 순간 임팩트도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J코치는 "40-40이 대단한 기록이지만 MVP는 리그 최고의 선수를 뽑는 것 아닌가. 40-40은 타이틀은 아니다"며 "박병호는 홈런왕과 타점왕이다. 타자에게는 홈런-타점왕이 최고라고 본다"고 밝혔다.

K프런트도 "박병호에게 투표한다. 40-40이 최초의 기록이지만 박병호의 기록이 더 대단하다"며 "올해만 봐도 타점 신기록이고 홈런도 53개다. 게다가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역대로 최고 타자라는 선수 중 단 한 명도 이런 기록을 세운 적이 없다. 게다가 기록이 작년보다 더 좋다"며 "경기수가 많아져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테임즈도 경기수가 많았으니 40-40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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