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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던 유희관이다. 포스트 시즌은 모든 타자들이 긴장한다. 집중력이 배가되기도 한다. 때문에 큰 무대에서 일정 이상의 배짱과 구위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버티지 못한다.
기록
21일 플레이오프 3차전. 유희관은 난조를 보였다. 2⅓이닝 6피안타 4실점.
2년 전 플레이오프에서는 1경기에 등판, 7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또 다시 호투.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 동안 8이닝 평균 자책점 3.38이었다. 2013년 포스트 시즌을 기점으로 유희관은 큰 무대에서도 통하는, 손색이 없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개인 시즌 최다인 18승을 거둔 올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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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가 달라졌다
2013년과 2015년의 가장 큰 차이점. 구위 자체가 좀 다르다.
일단 넥센 염경엽 감독의 말을 참고해 보자. 염 감독은 "패스트볼이 130㎞대에 불과한 유희관은 마치 구속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2~3㎞의 구속 차이가 사실상 매우 중요한 투수다. 볼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는 2013년 133~135㎞ 사이 구속의 패스트볼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즉, 몸 컨디션 자체가 쾌조였다는 증거다. 하지만 2015년에는 130㎞ 초반대의 패스트볼이다. 이 구속도 유희관이 포스트 시즌들어 한껏 끌어올린 구속이다. 때문에 볼끝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2~3㎞의 구속과 볼끝은 도대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유희관은 칼날같은 제구력과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싱커가 주무기다. 싱커는 빠르게 휘는 120㎞ 중반대와 느리고 뚝 떨어지는 110㎞ 후반대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게다가 타고난 배짱을 바탕으로 한 위기관리능력이 있다.
즉 타자들과 싸울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배짱을 지녔다. 그런데 이 부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공의 위력이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 즉 133~135㎞의 지속적인 구속의 패스트볼은 타자와 싸울 수 있는 구위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2013년 유희관은 그런 패스트볼을 여유롭게 던졌다. 끝까지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볼끝이 일정 이상 유지됐다. 즉, 타자와 싸울 수 있는 구속과 볼끝이 마지노선을 통과한 셈이다.
반면 2015년 유희관은 시즌 중반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졌다. 120㎞ 후반대였다. 이 부분을 자신의 잘 할 수 있는 타이밍 싸움과 투구 폼 변화(세트 포지션→와인드 업 자세 변환)로 견뎠다. 투구폼을 바꾸면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 기선을 제압했고, 흔히 직체(직구+체인지업)를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한계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포스트 시즌에서 유희관은 부진하다. 직전 유희관은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다시 투구폼을 세트 포지션으로 바꾸는 변화를 단행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위와 볼끝이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 결과물은 쓰라렸다.
상대 견제와 분석이 달라졌다.
2013년 혜성처럼 등장한 유희관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그는 자신의 무기를 한껏 발산했다. 넥센 강타자 박병호에게 몸쪽 패스트볼을 마음껏 뿌리면서 농락했다. 사실상 그에 대한 대처법이 뚜렷하지 않던 시기였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평범한 구속의 유희관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유희관은 철저히 분석당하고 있다. 그의 주무기가 뭔지는 모든 타자들이 잘 알고 있다.
오른 타자에게는 몸쪽 패스트볼과 바깥쪽 싱커, 왼쪽 타자에게는 바깥쪽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다. 게다가 아킬레스건인 왼손 타자 몸쪽을 잘 공략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뚜렷이 알고 있다.
실전에서 나타난 부분이다. 일례로 넥센 김하성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유희관에게 솔로홈런을 때렸다. 유희관의 실투는 아니었다. 제대로 우타자 바깥쪽으로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진 공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노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타이밍을 포착, 완벽하게 받아쳤다. 결국 홈런이 됐다.
2차전 NC의 좌타자들을 보자. 노골적으로 바깥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유희관이 몸쪽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희관의 제대로 컨트롤된 바깥쪽 공이 모조리 통타 당했다. 유희관이 조기강판된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유희관에 대한 상대 견제와 분석은 2013년 질적으로 달라졌다.
모든 이유는 복합적이다. 유희관 입장에서는 시즌 18승을 거뒀지만, 결국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구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최대 아킬레스건인 좌타자 몸쪽을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좌타자 몸쪽만 던지지 못하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뭔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