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선, KS초반 '휴식 후유증' 이겨낼까

기사입력 2015-10-25 09:55


사자 군단은 과연 '나른한 휴식'의 독을 이겨낼 수 있을까.


2015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임창용과 동료들이 넥센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확정지은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10.03/
운동 선수들에게 '휴식'은 보약이면서 동시에 독약이다. 누적된 피로나 몸에 쌓인 자잘한 부상을 해소할 수 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몸이 둔해질 수도 있다. 너무 긴 휴식은 단단하고 날카롭게 조여져 있는 근육을 풀어놓고, 팽팽하게 당겨진 집중력과 경기 감각도 느슨하게 만들어놓는다. '휴식의 후유증'이 팀의 경기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꽤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와 관련한 특징이 나타난다. 정규시즌을 통해 미리 시리즈 티켓을 따내고 여유있게 기다린 팀들이 '휴식 후유증'을 드러냈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 휴식을 마친 뒤 시작된 시리즈 초반에 타격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미 정규시즌 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착해 긴 시간 여유있게 기다린 삼성 라이온즈 타자들도 이런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휴식 후유증'은 정규시즌 종료 후 곧바로 치러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부터는 확인된다. 두산은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선착했다. 그리고 시즌 최종전(4일) 이후 5일을 쉰 뒤 6일째인 10일에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렀다. 5일 휴식은 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두산 타자들은 은근히 영향을 받았다. 이날 5회까지는 무득점. 6, 7회에 겨우 1점씩 냈고, 9회에도 밀어내기 덕분에 가까스로 1점을 냈다. 10회말 깜짝 대타 박건우가 적시타를 때려내지 않았다면 질 뻔했다.

플레이오프에도 이런 현상이 나왔다. 정규시즌 2위 NC 다이노스는 지난 5일 시즌 최종전 이후 12일을 쉬었다. 그리고 18일에 넥센을 꺾고 올라온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렀다. 정규시즌에서 NC 타선의 화력은 엄청났다. 팀타율은 비록 두산(0.290)보다 1리 뒤진 2할8푼9리였지만, 팀 장타율(0.455)은 두산(0.435)보다 2푼이나 높다. 팀 홈런도 21개를 더 쳤다. 기본적으로 힘이 있는 타선이다.

그런데 이날 1차전에서 NC는 0대7로 완봉패를 당했다. 팀 타자 전체가 겨우 3안타 밖에 치지 못했다. 물론 두산 1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구위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탓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스윙이 무디게 나왔다. 정규시즌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KBO사상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테임즈도 이날 3~6번 중심타선에서 유일하게 1안타를 쳤지만, 삼진도 2개나 당했다.

이런 현상이 삼성 타자들에게서도 다시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아무리 철저한 준비를 했더라도 분명 '연습'과 '실전'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NC도 이런 실전감각 저하 문제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12일의 휴식기 동안 2번의 자체 청백전을 포함해 총 4번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팀 훈련의 강도도 높였다. 그러나 타자들의 시리즈 초반 타격감 저하 현상을 해결하지 못했다.

삼성은 분명 NC보다는 이런 면에서 노하우가 많다. 류중일 감독도 지난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동시 재패하는 과정에서 '휴식기 관리'에 대한 대처법을 누구보다 많이 쌓아놨다. 이런 면에서는 크게 우려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그라운드에 나서 배트를 휘두르는 건 선수들의 몫이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선수 스스로 긴장의 끈을 당겨놓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 면에서 삼성 타선의 심기일전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삼성 타선은 휴식기의 악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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